유럽·미국 등 잇단 봉쇄 해제
영국 정부는 13일부터 외출 금지령을 해제하고 시민들의 야외활동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가족끼리만 함께할 수 있다는 전제를 뒀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3만2000여 명에 달하는 영국이 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거의 두 달 만이다.
영국은 이르면 다음달 1일부터 초등학교 문도 열 계획이다. 이후 호텔과 식당 등의 영업 재개도 허용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는 7월 초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는 호텔과 식당이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11일 초등학교 문을 먼저 열었다. 또 이날부터 거주지로부터 100㎞ 이내까지는 여행 허가증 없이 왕래가 가능하도록 이동제한령을 완화했다. 프랑스는 25일까지 중·고교도 개학할 예정이다.
스페인에선 호텔과 소규모 상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식당과 바의 야외 영업을 우선 허용하기로 했다. 식당은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전체 수용인원의 3분의 1만 착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코로나19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당분간 봉쇄 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뉴욕주 일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경제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BC방송에 따르면 현재 비필수 업종에 대한 재택 명령이 적용되는 주는 뉴욕·코네티컷·매사추세츠 등 3곳 정도다. 뉴욕주는 15일, 매사추세츠주는 18일, 코네티컷주는 20일 재택 명령이 만료된다.
나머지 47개 주 정부는 대부분 봉쇄령을 완화했거나 완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미 북동부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로드아일랜드주가 지난 9일부터 일부 점포의 영업을 허용했다. 하지만 식당, 술집, 미용실 등은 일단 제외했다.
일본 정부도 코로나19 사태로 발령한 긴급사태를 곧 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전문가 회의를 열어 긴급사태 해제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1주일간 하루 평균 100명 남짓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하루 수백 명이 확진됐던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약해졌다.
방역 모범국에서 집단감염 비상
세계 각국이 봉쇄 조치를 잇따라 완화하고 있지만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2차 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독일 등에서 또다시 집단감염 사태가 불거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공공생활 제한 조치를 완화한 이후 도축장과 양로원 등을 중심으로 다시 확진자가 급증했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재생산지수(감염자 한 명이 전파하는 인원)가 또다시 1을 넘기자 긴장하고 있다. 6일 독일의 재생산지수는 0.65까지 감소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고 자평한 중국에서도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9일 하루에만 지린성 수란시에서 1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날 랴오닝성 선양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1명 보고됐다. 랴오닝성에서 신규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달 16일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진 후베이성 우한에서도 지난달 4일 이후 처음으로 감염자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경제 재가동에 나선 가운데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확산하면 미국 경제가 공황 상태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자회사인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 미국 경제가 급강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차 파도를 맞으면 경제는 공황 상태가 될 것”이라며 경제 공황을 두 자릿수 실업률이 1년 이상 지속되는 상태로 설명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재가동으로 미국의 일자리가 오는 25일쯤엔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2차 파도가 없다면 올여름부터 가을 초까진 반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백신이 내년쯤 개발되지 않으면 1930년대식 불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제 정상화를 위해선 백신 개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런던=강경민 특파원 jr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