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에 수천만원 들였지만 "에어비앤비 사업권 그냥 넘겨요"

입력 2020-05-11 17:45   수정 2020-05-12 00:56

서울 동교동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방 세 개짜리 빌라를 빌려 부업으로 에어비앤비를 운영해온 김모씨(38)는 최근 권리금 없이 사업권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두 달 넘게 공실이 이어지자 수백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김씨는 “코로나19 사태 전 월매출이 1000만원가량 나왔다”며 “최대한 버티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인테리어 등 투자비용 수천만원을 포기하고 (사업을) 넘기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에어비앤비 호스트(임대인)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업용으로 임차한 주택을 양도하겠다는 글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남이 쓰던 공간이나 물품을 공유해야 하는 공유숙박 서비스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공유숙박 모니터링업체인 에어디앤에이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직후인 지난 3월 서울 지역 에어비앤비 업체 중 다른 사람과 같은 방을 쓰는 경우 매출 규모가 코로나19 이전의 3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방 인테리어에 수백만~수천만원을 들인 임대인들은 권리금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임대 보증금 회수가 급하고 월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에 홍대, 강남 등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잦은 지역의 에어비앤비를 양도받으려면 1000만~2000만원 수준의 권리금을 내야 했다. 서울 기타 지역의 원룸 임대도 권리금 200만~300만원이 시세였다. 그러나 최근엔 침대, 소파 등 가구를 비롯해 주방도구, 수건 등 각종 집기류, 전문업체에서 찍은 홍보용 사진, 운영 노하우까지 포함해 전부 무료로 넘기겠다는 호스트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양수 희망자가 드물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한 매출이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해서다. 10여 건이 넘던 양도 소개 글에 최근에는 댓글도 달리지 않고 있다. 한 창업 컨설팅 강사는 “에어비앤비 사업은 월세와 관리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통상 공실이 50% 이상 발생하면 적자”라며 “권리금이 아무리 저렴해도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한 경우에만 창업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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