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거래에서 쌓인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데이터거래소가 11일 문을 열었다. 기업들이 마케팅이나 사업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는 각종 정보를 국내에서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보안원은 이날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금융 분야 데이터 거래소 개설 기념 행사를 열었다. 오는 8월 신용정보법 시행을 앞두고 연말까지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데이터 사고파는 시대 열렸다
금융 분야 데이터거래소는 데이터를 하나의 ‘상품’으로 사고파는 곳이다. 거래소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고 데이터 검색, 계약, 결제, 분석 등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금융 외에 다양한 영역의 정보가 거래되도록 통신, 유통 등 다른 업종 기업들도 참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단 익명 정보가 거래되고, 신용정보법이 시행되면 가명 정보를 결합한 거래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익명 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해도 신원을 알 수 없는 정보를, 가명 정보는 다른 정보를 더하면 어느 정도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뜻한다.
거래 과정에서 데이터는 모두 암호화한다. 구매자들은 데이터를 거래소 안에서 분석·활용한 뒤 결과만 반출할 수 있다. 또 거래소 자체적으로 보안을 꼼꼼하게 관리해 데이터 유출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첫날 올라온 매물 150건
금융보안원에 따르면 출범 첫날 거래소에는 약 150건의 데이터 상품이 올라왔다. 카드 소비금액 및 소득 정보를 지역, 직업, 가구, 성, 연령별로 분석한 상품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의 시·군·구별 카드 소비, 서울 지하철의 교통카드 거래 내역, 기업이 보유한 특허와 비재무 정보를 분석한 자료 등도 있다.
기업과 연구소들은 이곳에서 구입한 데이터를 자체 보유한 자료와 결합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예컨대 공공정보와 카드 매출 정보를 활용해 상권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험사의 사고 정보와 차량 안전장치 정보를 결합해 보험료 할인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시범 거래에서 신한카드는 ‘2020년 1분기 코로나19 소비동향’ 자료를 7건 판매했고, ‘국내 상용차 표준 시세’ 자료는 직접 구입했다. 신한은행의 ‘서울 지역 단위 소득·지출·금융자산 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전국 행정동 단위 성, 연령별 출퇴근 정보’ 등도 판매가 이뤄졌다.
금융위는 “국내에 아직 데이터의 ‘적정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구매자가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바우처(보조금)를 지원해 거래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핀테크 사업 기회 많아질 것”
금융위는 데이터거래소 설립으로 금융 빅데이터 활용 기반 구축, 핀테크 기업의 사업 기회 확대, 금융회사의 서비스 개발 활성화 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 빅데이터 등 디지털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고 데이터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를 육성해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보안원과 SK텔레콤은 이날 ‘금융·통신 융합 데이터 상호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SK텔레콤은 통신·금융 자료를 결합한 데이터 상품을 개발해 거래소에 제공하기로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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