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4월 24일자 A1, 8면 참조
하지만 경영계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채 노동계 주도로 대화의 판이 꾸려져 노사 모두 고통을 분담하는 제대로 된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11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와 관련해 장시간 지도부 회의를 열고 원포인트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포인트 비상협의체는 경사노위 밖에서 이뤄지는 노·사·정 대화를 말한다. 조직 내부 의결을 거치지 못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이 처음 제안했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화체 구성을 주도해왔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경사노위 밖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공식적인 대화 기구를 두고 장외에 별도의 대화체를 구성하는 것은 경사노위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온 한국노총을 무시하고 민주노총만을 위한 ‘특혜’라는 불만의 표시였다. 여기에는 지난해 정부 공식집계로 민주노총에 ‘제1노총’ 자리를 빼앗긴 데 대한 조직 내부 반감도 반영됐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평가다.
그런 탓에 한국노총은 지난달 2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원포인트 비상협의체 참여 안건을 상정했으나 참여 여부에 대한 결론을 못 내리고 위원장에게 결정을 위임했다. 한국노총은 열흘이 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 이날 지도부 회의를 열고 결국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밖에서 사회적 대화를 할 경우 문제점 등에 대해 치열한 내부 논의와 고심을 해왔다”며 “당면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모든 의제와 형식을 열어 놓고 대화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즉각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노사정 비상협의체 참여 결정을 환영한다”며 “양대 노총이 연대와 공조를 강화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비록 경사노위 밖이지만 한국노총 참여 선언에 따라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는 외형상 ‘완전체’를 갖추게 됐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리해고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정 합의 이후 처음이다. 당시 민주노총은 정리해고 도입에 합의해 극심한 내홍을 겪은 이후 지금까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1997년에도 민주노총이 참여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민주노총이 반강제로 참여했던 것”이라며 “사실상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첫 사회적 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노총 주도로 대화 판이 꾸려지면서 사실상 경영계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포인트 노사정 비상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경영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위원이 전체의 20% 수준에 그치며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대화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해고 금지와 대기업 사내유보금 출연, 사회안전망 전면 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기업들이 고용 유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동시에 노조 역시 임금 동결 또는 최악의 경우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대타협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어떤 것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지난 3월 법인세 인하 등을 요구했다가 노동계와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이후 제대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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