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서비스, 한국 산업 도약의 디딤돌

입력 2020-05-12 17:17   수정 2020-05-13 00:29

인공지능(AI)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AI를 마주하는 사람마다 AI를 다르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처음 원장으로 부임해 연구원 미래 방향(vision)과 조직 등을 새롭게 만들면서 AI를 강조하자 전공이 소프트웨어(SW)나 AI가 아닌 직원들로부터 오는 반감을 느꼈다. 연구자들은 AI를 단순히 ‘기술’로 보고 자기 전공과 멀다고 꺼렸던 것이다.

AI 기술은 실제 인간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한 것이다. 다양한 계층의 연구원을 만나 ‘AI 서비스’라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뿐만 아니라 초연결·초성능·초실감 등 여러 전문 영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설명하니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처럼 AI는 보는 관점에 따라 기술·서비스·패러다임 등 여러 문맥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6년 3월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 간 바둑대결을 보자.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의 AI 소프트웨어다. 알파고가 한국에서 이세돌과 바둑을 두기 위해선 미국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1200여 개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결합한 슈퍼컴퓨터를 돌려야 했다. 또 서울 대국장까지 태평양을 건너는 초연결 통신기술이 필수적이었다. 알파고와 바둑대결 당일, 서울에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세르게이 브린이 나타났다. 필자는 이 장면을 목격하고 무릎을 탁 쳤다.

알파고 AI를 담당한 래리 페이지가 아니라 브린이 나타난 것의 의미를 직감했기 때문이다. 브린은 구글의 통신·네트워크·데이터센터를 총괄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목적이 마치 축구감독이 선수들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축구장 잔디를 점검하러 나타난 것처럼 자신만만해 보였다. 태평양 건너 구글 데이터센터의 슈퍼컴이 한국 행사장에 연결되는 과정에서 대국장 상태만 점검하러 온 것이다. 대국 결과, 행사장에 나타난 사람이 래리 페이지가 아닌 이유가 더 명백해졌다. AI를 서비스 측면에서 바라보면, 초성능 컴퓨팅과 초연결 네트워킹 기술 등이 융합돼 각종 응용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가 AI 실행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서 AI는 하나의 기술, 하나의 서비스도 아닌 사람과 조직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그 무엇, 즉 일종의 패러다임이다. AI 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삶의 방식, 산업구조, 일자리, 각종 정책 등 모든 분야를 변화시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강조한 AI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국가와 산업을 새롭게 혁신 성장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출연연구원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비전을 ‘미래 사회를 만들어가는 국가지능화 종합연구기관’으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서비스를 산업의 돌파구로 삼고자 함이다. 20여 년 전 정부는 ‘세상에서 인터넷을 가장 잘 쓰는 나라’를 지향한 바 있다. 이제 AI 시대를 맞아 우리는 ‘세상에서 AI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로 새롭게 발돋움해야 한다. 이로써 AI가 모든 산업에 영양 활력소처럼 녹아 들어가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AI를 기치로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하는 점도 맥락을 같이한다.

과거 30년간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우리나라가 인터넷 및 PC 보급, 이동통신 선도 등 정보화 혁명에 성공했다면 이제는 AI 교육 등을 통해 ‘AI강국 코리아’를 견인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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