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은 실제 인간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한 것이다. 다양한 계층의 연구원을 만나 ‘AI 서비스’라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뿐만 아니라 초연결·초성능·초실감 등 여러 전문 영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설명하니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처럼 AI는 보는 관점에 따라 기술·서비스·패러다임 등 여러 문맥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6년 3월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 간 바둑대결을 보자.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의 AI 소프트웨어다. 알파고가 한국에서 이세돌과 바둑을 두기 위해선 미국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1200여 개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결합한 슈퍼컴퓨터를 돌려야 했다. 또 서울 대국장까지 태평양을 건너는 초연결 통신기술이 필수적이었다. 알파고와 바둑대결 당일, 서울에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세르게이 브린이 나타났다. 필자는 이 장면을 목격하고 무릎을 탁 쳤다.
알파고 AI를 담당한 래리 페이지가 아니라 브린이 나타난 것의 의미를 직감했기 때문이다. 브린은 구글의 통신·네트워크·데이터센터를 총괄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목적이 마치 축구감독이 선수들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축구장 잔디를 점검하러 나타난 것처럼 자신만만해 보였다. 태평양 건너 구글 데이터센터의 슈퍼컴이 한국 행사장에 연결되는 과정에서 대국장 상태만 점검하러 온 것이다. 대국 결과, 행사장에 나타난 사람이 래리 페이지가 아닌 이유가 더 명백해졌다. AI를 서비스 측면에서 바라보면, 초성능 컴퓨팅과 초연결 네트워킹 기술 등이 융합돼 각종 응용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가 AI 실행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서 AI는 하나의 기술, 하나의 서비스도 아닌 사람과 조직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그 무엇, 즉 일종의 패러다임이다. AI 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삶의 방식, 산업구조, 일자리, 각종 정책 등 모든 분야를 변화시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강조한 AI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국가와 산업을 새롭게 혁신 성장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출연연구원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비전을 ‘미래 사회를 만들어가는 국가지능화 종합연구기관’으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서비스를 산업의 돌파구로 삼고자 함이다. 20여 년 전 정부는 ‘세상에서 인터넷을 가장 잘 쓰는 나라’를 지향한 바 있다. 이제 AI 시대를 맞아 우리는 ‘세상에서 AI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로 새롭게 발돋움해야 한다. 이로써 AI가 모든 산업에 영양 활력소처럼 녹아 들어가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AI를 기치로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하는 점도 맥락을 같이한다.
과거 30년간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우리나라가 인터넷 및 PC 보급, 이동통신 선도 등 정보화 혁명에 성공했다면 이제는 AI 교육 등을 통해 ‘AI강국 코리아’를 견인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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