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윤달…화장터 예약 '클릭 전쟁'

입력 2020-05-12 17:31   수정 2020-10-12 18:47

직장인 홍모씨(34)는 요즘 매일 밤 12시에 컴퓨터 앞에서 ‘클릭 전쟁’을 치른다. 인기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40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골을 묘지에서 꺼내 화장하기 위해서다. 화장터 예약이 가능한 시간은 화장 예정일로부터 한 달 전 밤 12시. 예약을 위해 나흘 연속 PC방까지 찾았지만, 화장로 20곳을 두고 1000여 명이 몰리는 탓에 예약은 매번 실패했다. 윤씨는 “어떻게 화장터 예약하는 게 대학교 수강신청이나 콘서트 티켓 예매보다 어려울 수 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3년 만에 윤달을 맞아 개장유골 화장 수요가 늘어나면서 보건복지부의 화장터 예약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화장터 대부분이 늦은 밤 12시에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는 데다 수요에 비해 예약 가능한 화장터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예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묘지 근처 등 화장터가 아닌 곳에서 화장하는 불법 화장대행업체도 성행하고 있다.

예약 시작 수초 만에 화장터 마감

개장유골 화장은 묘에 있는 조상의 유골을 꺼내 화장하는 작업이다. ‘손이 없는 달’로 불리는 윤달에 주로 개장유골 화장 수요가 많다.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 난다”는 윤달에 얽힌 풍습 때문이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윤달이 낀 2017년 개장유골 화장 건수는 9만1778건이었다. 2016년(5만9714건)과 2018년(4만8896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달 23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윤달을 맞아 올해 화장터 예약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실제로 11일 밤 12시 화장터 예약 사이트 ‘e하늘장사정보 시스템’에 접속해봤다. 예약 개시 후 2초가 지날쯤 경기 용인 ‘평온의 숲’ 화장터로 예약을 시도했다. 그러자 ‘대기자 1081명, 예상 대기시간 18분이라는 안내창’이 떴다. 대기를 마쳤을 때는 이미 10여 곳의 화장로 전부가 예약이 마감된 상태였다.

올해 개장유골 화장을 하려는 직장인 임모씨(38)는 “친척 세 명과 함께 동시에 화장터 예약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이미 조상 묘지가 있는 관할 구청으로부터 개장신고서까지 받았는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묘지 근처나 산속에서 불법 화장

인터넷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예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국 화장터 59곳 중 38곳은 인터넷으로만 화장터 예약을 받아서다. 전화, 방문 예약이 가능한 곳은 화장 수요가 적은 전북 전남 등에 모여 있다.

화장터 예약이 어려워지면서 불법 화장대행업체도 고개를 들고 있다. 화장터가 아닌 묘지 근처나 산속에서 유골을 태우는 업체다. 이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는 불법 행위다.

박기준 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개장유골 화장 수요가 증가할 것을 예상해 예약 기간과 화장 횟수 등을 늘렸지만 민원이 여전히 많다”며 “예약 가능 시간을 오전이나 오후 등으로 옮겨 예약에 불편이 없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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