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화장품 기업 코티에 40억달러(약 4조9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웰라, 클레롤, OPI 등 코티의 헤어·네일케어 전문 브랜드를 분할해 세우는 신설회사에 KKR이 30억달러를 투입해 지분 60%를 갖기로 했다. KKR은 코티에도 전환우선주 형태로 10억달러를 투자한다. 수익률은 연 9%에 보통주로 전환하면 코티의 2대 주주(지분율 17%)로 올라선다는 조건이다.
이번 거래의 전제가 된 신설회사의 기업가치는 43억달러로 코로나19 전 거론됐던 최대 80억달러에 비하면 ‘초특가’ 수준이다. 코로나19로 미용실이 문을 닫으면서 웰라 같은 전문 헤어케어 브랜드 제품 수요가 줄어든 여파다. 과거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펼쳤다가 코로나19로 재무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게 된 코티의 절박한 처지도 영향을 줬다.
코티는 2015년 프록터앤드갬블(P&G)로부터 웰라 등 주요 브랜드를 12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빅3’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이 고가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브랜드로 이동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차에 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소비 자체가 줄어들면서 위기가 심화했다. 코티는 지난 1분기에 2억716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고 월가에서는 파산이 임박했다는 우려도 나왔다. 월가에선 코티에 대한 KKR의 투자가 성공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충격의 파장을 가늠할 수 없어서다.
다른 PEF들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기업에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보다 저렴한 가격과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 PEF인 실버레이크는 최근 다른 PEF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에어비앤비에 10억달러, 익스피디아에 12억달러를 투자했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19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캐나다 투자회사인 브룩필드 애셋 매니지먼트는 코로나19의 피해 업종으로 꼽히는 유통업계 등에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PEF인 제너럴 애틀랜틱도 위기를 맞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50억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에 나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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