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다. 기관투자가도 낯설어 하는 해즈브로라는 미국 주식에 ‘스마트 개미’들이 몰려 해외주식 순매수 1위로 뛰어올랐다. 국내 개미들은 지난달 이래 이 종목을 3억8567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증권사 추천종목이 아닌데도 “장난감·게임을 주로 만드는 사업 특성상 ‘코로나 수혜주’로 뜰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수억원을 굴리는 부자들의 투자가 급증했다는 게 증권계 설명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이 여전히 뜨겁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30조원 이상 순매수했는데도 투자자예탁금은 작년 말 대비 17조원 급증했다.
지난 4일 위례신도시의 펜트하우스(전용면적 172㎡) 두 채의 무순위 청약에는 4043명이 몰려 20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15억9000만원에 달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고 10년간 전매도 금지된다. 현찰로 16억원 이상을 쥐고 있어야 살 수 있는데도 이 정도 인파가 몰린 것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 벌어지는 이런 현상은 한국에 ‘현금부자’가 얼마나 많은지 실감케 한다. 현금·요구불예금 등으로 구성돼 부동자금 지표로 이용되는 광의통화(M2) 중 가계·비영리단체가 보유한 잔액만 1521조원(2월 말)에 달한다. 이런 돈은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최근 골프장 호황도 해외로 나가던 골프 마니아들이 국내에 몰린 덕이다. 위기 극복에 부심하는 정부라면 코로나 사태를 기회로 더 공격적 ‘자산 불리기’에 나선 부자들이 국내에서 돈을 쓰게 만드는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 급속도로 악화하는 재정을 지키고, 내수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해법이 되지 않을까.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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