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 출신 항해사가 자신의 현장 경험을 살려 개발한 해상 안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콘텐츠를 스웨덴 탱크선 회사에 수출했다. 부산 해운대에 본사를 둔 직무분야 VR·AR 솔루션 전문개발업체 삼우이머션(대표 김대희·47)은 ‘VR·AR 스마트 글라스(안경)’ 제품을 스웨덴 탱크선 업체 헌터스그룹에 판매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초도물량은 1억원어치지만 회사 측은 추가 수출도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제품은 선박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화면을 통해 작업 내용을 알려준다. 선원들이 배를 처음 타기 전에 육상에서 그 선박의 내용과 작업과정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한 작업 도구다. 선박 회사 본사와 선박 간 정보도 연결돼 다양한 선박 및 안전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삼우이머션은 이번 첫 수출을 계기로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베트남 선사 및 항만관리업체 등과도 수출 협의에 들어갔다. 김대희 대표는 “교육 방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화상교육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올 들어 해외에서 제품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 때 안전하게 대응하거나 구명정을 타고 탈출하는 방법, 화물을 처리하거나 엔진 설비를 작동하는 방법 등 각종 직무훈련을 육지에서 가상시스템을 통해 연습해볼 수 있다”며 “경험이 부족한 선원의 직무능력 향상과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해양대 해사수송공학과를 졸업하고 항해사로 4년6개월간 배를 탄 뒤 2011년 회사를 설립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선박과 항만분야에서도 VR, AR과 접목하면 직무교육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승선 경험에서 느낀 것을 응용해 훈련 솔루션 개발에 성공했다. 직원 40명 가운데 연구인력이 75%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이 덕택에 지난해 2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 6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과 산학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28일 한국해양대와 ‘마린 VR·AR 오픈랩’을 공동 구축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시설은 한국해양대 해사대학 건물 내에 설치돼 전공 수업과 방문객 체험용으로 사용된다. 학생뿐 아니라 실습 장소가 필요한 해양 근무자가 오픈랩에서 직무 관련 경험을 할 수 있다.
삼우이머션은 11억원 상당의 해양 관련 VR·AR 콘텐츠도 제공했다. 1억원의 대학발전기금도 내놨다. 이 시설은 국산화한 선박 조종 시뮬레이터뿐 아니라 화재 대응 및 퇴선 상황도 VR로 체험할 수 있다. 선박 엔진을 부품 단위까지 볼 수 있도록 세밀하게 표현한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김 대표는 “시설 준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콘텐츠 활용 이해도를 높여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다”며 “한국해양대 마린시뮬레이션센터와 협의해 전문 교육 커리큘럼도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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