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 치료에 긴급 사용 승인한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0만7000개의 렘데시비르가 앞으로 6주간 미국 전역에 분배될 예정이라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환자 7만8000명을 치료할 수 있는 규모다. 렘데시비르는 미 제약사인 길리어드가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다. 코로나19 환자의 회복 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단축하는 효과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기에는 렘데시비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12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38만5834명에 달한다. 매일 2만명에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브라이언 아브라함스 RBC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 는 "렘데시비르 공급은 예상보다 훨씬 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 미국 내 각 주 보건부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빌 더블라지오 미 뉴욕시 시장은 뉴욕으로 보내진 렘데시비르의 양이 필요분의 10%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이 같은 공급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성을 갖추려면 적어도 세계 인구의 70%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수요가 백신 생산 능력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이 나온 이후에도 수 년간은 공급 부족에 시달릴 전망"이라고 전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지금까지 '무상 기부' 방식으로 렘데시비르를 공급했지만 다음달부터는 돈을 받고 팔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미국 임상경제평가연구소(ICER)는 렘데시비르 가격을 약 4500달러(550만원)로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미 제약업계에선 예비 평가 당시보다 수요가 급증한 만큼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