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왜 왔니, 위안부와 관련 없어"…日 유래 의혹 벗었다

입력 2020-05-13 08:22   수정 2020-05-13 08:24



전통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일본에서 유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의 정책연구를 통해서다. 다만 다른 전통놀이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쓰이는 교과서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13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민속학회는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수주한 '초등 교과서 전래 놀이의 교육적 적절성 분석 정책연구' 결과를 최근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가 의뢰한 연구 대상은 최근 10여년간 나온 초등 교과서 133권에 실려 있는 전래 놀이 23종이다.

연구진은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위안부 인신매매를 묘사한 일본 노래에서 유래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5월 학계 일각에서는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일본의 놀이노래 '하나이치몬메'와 유사하며, '꽃 찾으러 왔단다' 등 가사에서 '꽃'이 위안부를 가리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제가 위안부 모집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래를 유포했는데, 우리나라가 역사적 유래도 모른 채 이 노래를 교과서에 싣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 '우리 집에 왜 왔니'와 '하나이치몬메'는 놀이 방식에는 비슷한 점이 있으나, 노래 선율이나 가사 내용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충주 지역 '남대문놀이'나 광주 지역 '벌장수놀이' 등 일제강점기 전부터 지역별로 전승한 놀이와 유사했다. 하나이치몬메는 일본 문헌에 따르면 1930년대 후반 이후에 보급된 노래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하나이치몬메를 위안부나 인신매매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중국과 영국 등에서도 비슷한 놀이가 발견되는 등 세계적 보편성을 보이는 아동 놀이 형태"라고 결론 지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우리 집에 왜 왔니'를 포함해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 놀이 10개의 유래를 분석했다. 이 중 4개에서 일본 놀이 및 노래의 영향이 발견됐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일본 놀이노래 '키쓰네상 키쓰네상'과 놀이 형식과 노래 운율 및 리듬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쎄쎄쎄'는 일본에서 손뼉치기 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 '아오야마 둑에서'와 선율에 공통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무줄놀이도 일제강점기 학교 교육 과정에서 일본식 노래가 도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교과서에 수록된 놀이의 전수조사 및 연구가 필요하며, 교과서 편찬 작업에 민속학자·음악학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부는 정책연구 결과를 시·도 교육청에 공유하고, 초등 교육과정에 필요한 놀이 자료 등을 개발할 때 참고할 방침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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