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청약이 뜨거운 이유…"로또거나 무통장이거나"

입력 2020-05-13 12:45   수정 2020-05-13 12:48


청약제도의 문턱이 높아지고 강화됐음에도 청약 시장에는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주변시세와 차이가 나는데다 '다시는 없을 기회'라는 심리에서다. 서울에서는 오는 7월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예비 청약자들은 이전에 청약을 해야 비교적 낮은 경쟁률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서 청약이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세차익'과 '직주근접'이다. 기존의 주택을 매입하기에는 집값이 너무 올라 청약에 의지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는 직장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출퇴근으로 허비하는 시간이 줄일 수 있다.

맞벌이 가구가 증가한 이유도 있다. 과거에는 가족 내에서 아버지가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어머니는 남은 가족을 돌보는 구성이 많았다. 이제는 가족 구성원 중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서울에 집을 구해야하는 이유가 많아졌다.

◆청약조건 강화 불구, 경쟁률 여전히 높아

13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1027-50번지 일대에 짓는 ‘우장산숲 아이파크’가 1순위에서 평균 6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150가구 모집에 총 9922명이 청약했다. 전용면적 84㎡A형에는 15가구 모집에 2175개의 통장이 몰려 최고 경쟁률 89.6대 1을 나타냈다.

주택형별로는 △59㎡A 65.3대 1(12가구 모집 784명 접수) △59㎡B 66.4대 1(58가구 모집 3851명 접수) △59㎡C 74대 1(6가구 모집 444명 접수) △74㎡ 41.8대 1(12가구 모집 502명 접수) △84㎡A 89.6대 1(15가구 모집 1344명 접수) △84㎡B 63.9대 1(34가구 모집 2175명 접수) △84㎡C 63.2대 1(13가구 모집 822명 접수) 등으로 골고루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는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과 우장산역 사이에 위치한 단지다. 완전한 역세권 단지가 아닌데다 일반분양분이 저층이 몰려 있고 비교적 작은 규모(576가구)였다. 무엇보다 지난달 개정된 주택공급규칙에 따라 서울에 2년 연속 거주해야 우선 공급대상으로 받을 수 있다. 당첨 시 향후 10년간 세대주와 세대원 모두 서울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없다.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청약자들은 시세차익이 예상되는데다 전가구가 9억원 이하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청약을 신청했다. 전용 59㎡의 경우 분양가가 최고가 기준으로 6억9000만원에서 7억원 초반대에 분포됐다. 전용 84㎡는 8억9000만원대로 9억원을 간신히 넘지 않도록 책정됐다.

이 단지와 바로 맞닿은 강서힐스테이트(2603가구)는 지난 3월 전용 84㎡가 1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미 2018년부터 10억원을 넘긴 단지다. 전용 59㎡는 지난달 8억5000만원에 매매됐는데, 이전 최고가는 9억500만원이었다. 이처럼 시세차이가 2억원 이상 나면서 청약자들이 높아진 문턱에도 청약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청약자들, 시세차익 기대…조합은 분양가 불만에 조합장 해임

청약자들에게는 '시세차익'이라는 열매를 기대하게 하지만, 조합 입장에서는 이점이 달갑지만은 않다. 분양가가 공개되면 청약자들은 관심을, 조합은 냉대를 쏟아내기 일쑤다.

GS건설은 동작구 흑석 3구역 재개발해 ‘흑석리버파크자이’를 분양하고 있다. 전용면적 39~120㎡ 1772가구 규모로 지어지며, 이 가운데 357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온다. 흑석역(9호선), 숭실대역(7호선)이 가까워 여의도 접근성이 좋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2813만원이다. 전용 84㎡의 분양가가 모두 9억원을 넘어 9억9000만~10억초반대까지 있다. 조합은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됐다며 조합장을 해임했다.

흑석리버파크자이는 분양가가 9억원을 웃돌다보니 중도금 대출이 어렵다. 청약자라면 자금계획을 세워 청약해야 한다. 주변의 새 아파트들의 거래가 빈번히 이뤄지지 않지만, 전용 84㎡의 경우 대부분 15억원을 넘는다. 시세차익은 5억원 가량 날 전망이다. 그나마 거래가 되는 아파트는 2012년에 준공된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 2차(963가구)다. 전용 84㎡는 지난 3월 13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마저도 분양가와 3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인 7월 이전에도 서울에서는 공급이 집중될 전망이다. 주변 지역 아파트와 차이가 나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들이 나온다. 주의할 점은 앞서 ‘우장산숲 아이파크'와 마찬가지로 2년 이상 거주자에게 우선권이 있고, 당첨되면 10년동안 재청약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동대문구 용두6구역 재개발 지역에 ‘래미안 엘리니티’를 오는 6월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51~121㎡ 총 1048가구의 대단지로 이 중 475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단지 주변 도보 거리 내 신설동역(지하철 1·2호선·우이신설선), 제기동역(1호선)이 있다.

롯데건설은 광진구 자양동 236번지 일대에서 ‘자양1구역 롯데캐슬’(가칭)를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2층~지상 최고 35층, 6개동, 총 878가구로 구성된다. 이 중 전용면적 59~101㎡ 482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로또아파트 줄줄이 대기…통장 필요없는 도시형생활주택도 공급

강남권에서는 대우건설이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 1지구 단독주택 재건축인 ‘푸르지오 써밋(가칭)’을 오는 6월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51~155㎡로 구성되며 총 489가구 중 10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대현초와 휘문중·고 등 명문학교와 학원가가 인접하다. 롯데건설은 서초구 신반포 13차 재건축을 맡아 분양할 계획이다. 총 330가구 중 98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지하철 3호선 잠원역과 신사역이 가깝다.

아파트와 함께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도 공급된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전국 만 19세 이상이라면 청약통장이 필요 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재당첨 제한 등 당첨자 관리제도도 없다. 중도금 대출의 경우 기존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없을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40%까지 적용된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가 다소 높을 수 있다.

대우건설은 중구에서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를 선보인다. 아파트 281가구, 도시형생활주택 293가구로 구성된다. 전용면적 24~42㎡ 소형타입으로만 나온다. 쌍용건설은 종로구 구기동 146-1 일대에 '쌍용 더 플래티넘 종로'를 공급한다. 전용면적 82~84㎡의 52가구로 공급되는 도시형생활주택이다.

현대건설은 동대문구 청량리동 미주상가B동 개발을 통해 ‘힐스테이트 청량리역’을 오는 6월 공급한다. 단지는 전용면적 20~44㎡ 오피스텔 954실로 구성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동대문구 전농동 620-56, 60번지 일원에서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도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지상 최고 43층의 3개동이며 전용면적 37~84㎡, 총 486실 규모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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