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원료 생산도 가능" 코로나에 떠오른 에스티팜

입력 2020-05-13 14:11   수정 2020-05-13 14:52



원료의약품(API) 제조기업 에스티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세 곳과 수주 계약을 맺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유명 원료의약품 회사들이 코로나19로 공장을 잇따라 폐쇄한 데 따른 반사이익이었다. ‘빅파마’로 불리는 대형 제약사도 포함돼 있다.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는 13일 “반년 이상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계약이 단기간에 연이어 성사됐다”며 “오는 9월까지 생산라인이 가득차 있어 공장 증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치부심 후 나타난 성과

주력 품목이었던 C형 간염 치료체 원료 매출이 끊긴 이후 고전을 면치못했던 에스티팜이 반전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인도 등에 뺏겼던 원료의약품 수주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데다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함께하는 원료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이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6년 상장한 에스티팜 매출은 이듬해 정점을 찍었다. 길리어드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C형 간염 치료제(소발디)에 원료를 공급한 덕분이다. 2017년 매출 2028억원에 영업이익은 618억원을 기록했다. 주가도 최고점이었다.

하지만 C형 간염의 완치율이 높아지면서 약 자체가 팔리지 않게 됐다. 원료 매출도 급감했다. 작년엔 영업이익 267억원 적자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 대표 역시 “C형 간염 치료제 매출에 지나치게 의존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에스티팜은 절치부심했다. 코로나19로 ‘터닝포인트’도 생겼다. 에스티팜은 올초부터 2주 간격으로 고객사에게 ‘편지 세일즈’를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전하고 공장도 잘 돌아가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김 대표는 “국내 상황을 궁금해하던 글로벌 제약사들의 문의가 늘었다”며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중국과 인도 대신 에스티팜을 선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치료제 원료 수주할까

업계에선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를 만드는 길리어드와 꾸준히 좋은 관계를 맺은 것도 긍적적으로 보고 있다. 노승완 맥쿼리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길리어드가 렘데시비르 원료 생산을 한국 업체 생산을 맡긴다면 에스티팜 또는 유한양행 자회사인 유한화학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에스티팜은 코로나19 치료제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의 대량 공급 준비를 마쳤다. 3000명 분량의 임상용 원료는 2개월 이내, 최대 연간 2만kg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선제적으로 공정연구를 끝냈다.

노바티스의 리보핵산(RNA)기반 고지혈증 치료제인 ‘인클리시란’ 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매출도 크게 늘 전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매출 추정치(1250억원) 중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부문 매출을 49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바티스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힌 바와 같이 12월께 최종 허가 날 경우 매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뛸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노 펀드매니저는 “제품 시판 초기엔 CDMO사인 니코덴코아베시아와 애질런트테크놀로지, 에스티팜이 원료 공급을 과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30kg 수준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수요량이 2023년엔 2400kg 수준으로 늘 것으로 예측했다.

김 대표 역시 “라면 1000개를 한 번에 끓이려면 그에 맞는 레시피와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수년 동안 여기에 매달려 자신있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에스티팜은 지난 8일 프랑스 국립의약품청(ANSM)에서 자체 개발 에이즈 신약 ‘STP0404’에 대한 임상 1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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