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 13일 오전 11시 서울고등법원 서관 302호에서 열렸다. 조 회장 측이 앞선 공판에서 주장한 '면접위원 특정' 요구가 기각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는 이날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조 회장 측은 항소심 첫 번째 공판에서 면접위원 특정, 공판준비기일 진행, 범죄 실행행위에 대한 구분 등을 요청했다.
검찰은 항소심 공소장에 "조 회장이 채용에 부정하게 관여하면서 면접위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 회장이 면접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해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는 논리다.
반면 조 회장 측은 "피해를 입은 면접위원들을 특정해야 명확한 피해 여부를 구분할 수 있고, 나아가 피고인들의 혐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피해를 입은 면접위원을 특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첫 번째 공판에서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면접위원 특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날 "면접위원 개개인을 기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재판부는 조 회장 측 요구를 기각했다.
공판준비기일 개최 여부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공판준비기일은 본 공판에 앞서 검찰의 기소 이유를 확인하고 양측이 대립하는 주요 쟁점, 증거 및 증인심문에 대한 의견을 확인하는 자리다.
조 회장 측은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검찰의 입증 계획을 확인할 방침이었지만 재판부가 기각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검찰의 "주요 쟁점과 주장은 1심에서 충분히 다뤄졌기 때문에 필요없다"는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범죄 실행 행위에 대한 구분을 놓고서도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조 회장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 실행 행위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임직원 자녀 등 특이자에 대한 명단을 작성한 것"이라며 "두 번째는 합격 여부를 분별한 행위, 세 번째는 면접을 볼 수 있도록 도운 행위"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1심에서 검찰은 소송 중 범죄 실행 행위에 대한 주장이 달라졌다"며 "검찰이 세 가지 가운데 무엇을 실행 행위로 보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특이자 명단을 작성하고 면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운 일련의 행위 전부가 실행 행위"라며 "명단 작성 자체를 실행 행위라 주장하거나, 입장이 번복된 적이 없다. 1심에서도 충분히 주장된 것"이라 반박했다.
양측의 이견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변호인 주장은 피의자들의 범죄 실행 행위를 특정하라는 주장으로 들리는데, 이는 쉬운 게 아니다"라며 "기존 계획대로 증인을 신청해서 공판에 임해달라"고 했다. 사실상 조 회장 측의 실행 행위 구분 요구를 기각한 셈이다.
재판부는 이어 "사기업에서 사람을 마음대로 채용할 수 있느냐가 공판의 중요한 쟁점일 수 있지만, 큰 틀은 검찰의 공소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책임을 질 것인지"라며 "실행 행위를 구분해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항소심 세 번째 공판을 오는 7월6월 열기로 정했다. 조 회장 측은 주요 쟁점을 구분해 방어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당분간은 증인심문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회장 등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7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154명의 서류·면접 점수를 조작한 혐의, 합격자의 성별 비율을 3대 1로 맞춘 혐의로 2018년 10월 1심 재판에 넘겨졌다.
조 회장 측은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킬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고 무고함을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이 당시 신한은행의 최고책임자로 은행 채용 체계를 무너뜨렸다"며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윤진우/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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