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사당역 개찰구. 서울 지하철 마스크 의무화 첫날, 출근 시간을 맞아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찰구를 통과해 내려간 탑승 플랫폼은 마스크 착용이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많은 승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태원 클럽보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이 더 위험한 것 같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시민 역무원 눈 피해 마스크 벗어
서울시는 이날부터 혼잡시간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의 지하철 탑승을 제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하철 혼잡도(승차정원 대비 탑승객 수)가 150%를 넘어 열차 내 이동이 어려운 ‘혼잡’ 단계에 이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은 지하철 탑승이 제한된다. 서울교통공사는 혼잡 역사 개찰구에 역무원을 배치해 승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고 있다. 마스크를 챙겨오지 않은 승객을 위해 전 역사의 자판기와 편의점 등에서 시중 가격으로 마스크를 판매한다.
탑승 제한 조치 첫날이었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아침 출근길 큰 혼란은 없었다.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개찰구를 통과하려던 시민들도 역무원의 요청에 “깜박 잊었다”며 주머니나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 썼다. 임선욱 사당역 부역장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지하철을 타는 시민은 거의 없었다”며 “마스크를 깜박 잊은 승객들에게는 자동판매기가 있는 곳을 안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역무원의 눈을 피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개찰구를 통과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역무원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자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 쓰고 개찰구를 통과한 뒤 신경질적으로 마스크를 벗어 다시 가방에 넣기도 했다.
“안전 문제로 전동차 증차 한계”
우려했던 마스크 대란은 없었지만 출퇴근 시간대 전동차는 ‘콩나물시루’를 떠올리게 할 만큼 붐볐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자 서울 대중교통 이용객 수는 다시 늘고 있다. 142만 명이던 3월 첫째주 평일 출근시간(오전 7~9시) 서울 대중교통 이용객은 지난달 넷째주 160만 명까지 늘어났다. 서울시는 다음달이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 수준으로 대중교통 이용객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호선을 타고 사당역에서 내린 한 승객은 “아무리 마스크를 썼다 해도 밀폐된 공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붙어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며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을 탈 때마다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대라도 운행할 수 있는 전동차 수를 크게 늘려달라는 승객들의 의견이 많지만 대폭적인 증차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동차 간의 거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해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전동차 내 에어컨 가동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 전동차 내 에어컨을 틀어도 되는지,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감염병 전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문의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관/이인혁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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