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한미약품은 전날 밤 사노피가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의향을 통보해왔다고 14일 밝혔다. 2주 전과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사노피는 지난달 올 1분기 실적발표 당시에도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한미약품에 일방적인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사노피는 2015년 한미약품으로부터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한 3종의 당뇨신약 후보물질(퀀텀 프로젝트)을 39억유로(약 5조원)에 기술이전받았다. 이후 2016년 수정 계약을 통해 지속형 인슐린을 반환하고,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연구비 공동부담 조건을 추가했다. 총 기술수출 금액도 29억유로(약 3조8500억원) 규모로 줄었다.
남아 있는 2종의 후보물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에페글레나타이드에 인슐린을 붙인 것이다.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반환하면 사실상 2종의 개발을 모두 포기하게 된다. 한국 제약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기록도 사라진다.
양사는 계약에 따라 앞으로 120일 간 협의 후 기술수출 계약 해지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계약금으로 이미 수령한 2억유로(약 2643억원)는 돌려주지 않는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반환 우려는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다. 작년 9월 사노피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폴 허드슨 대표는 2019년 12월 사업전략 발표에서 당뇨 및 심혈관 질환에 대한 연구 중단을 알렸다. 또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 5건은 계속하지만, 판매는 다른 회사에게 맡길 계획도 내놨다. 이 소식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반환 우려도 커졌다.
이번 통보에 한미약품 측은 "사노피가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겠다'고 환자와 연구자들 및 한미약품에게 수차례 공개적으로 약속했으니 이를 지키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 등을 포함한 법적 절차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이번 결정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약효 및 안전성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새로운 협력사를 찾을 계획이다.
◆ 사노피, 렉시콘 계약해지 시 3000억원 위약금 배상
사노피는 지난해에도 미 제약사 렉시콘과 공동 개발 중인 당뇨병 치료제 진퀴스타에 대한 계약해지를 통보했었다. 2019년 7월 계약해지 통보 이후 렉시콘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개월여간의 협상을 거쳐 합의점을 찾았다. 사노피는 1·2형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진퀴스타의 임상시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산 총 2억6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렉시콘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한미약품은 이번 사노피의 권리 반환 의향과는 별개로, 현재 진행 중인 약효지속성 기술 랩스커버리 기반의 다양한 바이오신약 개발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여러 건의 반환 사례가 있었지만 한미약품은 여전히 로슈의 제넨텍, 스펙트럼, 아테넥스 등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어려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제약강국이라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정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민수/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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