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떼 부리기’ 정치 대신 대화와 타협이 중심이 되는 정치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14~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공천 작업을 지휘하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은 20대 국회에 대해 “과반인 정당이 없었고,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지대’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정치적 결탁에 의해서만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는 여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만큼 그 압도적인 힘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독주’ 대신 ‘협치’를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젠 야당 핑계를 댈 수 없고 여당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소수 야당을 배려하면서 가는 게 맞다”고 했다. 충분한 의석을 확보한 만큼 정책 기조를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야당이 발목을 잡기 힘들어진 만큼 여당도 이제 잘못된 정책을 바꿀 용기를 낼 때가 됐다”며 “소득주도성장과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해야만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까지 경청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좌파 꼴통이 아니라 유연한 진보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통합당도 편가르기 정치에 골몰하는 대신 중도로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중간층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통합당에) 등을 돌렸다”며 “‘태극기’만 가지고는 정권을 못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보수는 편협하고 옹졸해 졌다”며 “우리 편인가 아닌가만 따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은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만 가지고선 안 된다”며 “큰 대의를 향해 스스로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20대 국회가 대립 구도로 흘러가면서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심해진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18대 때도, 19대 때도 최악이라고 했던 국회가 20대 때는 더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국민들의 환멸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회는 편가르기를 그만두고 타협의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글=고은이/박종필/사진=강은구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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