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치료제 美 임상 갈까

입력 2020-05-15 13:32   수정 2020-05-15 13:40

엔지켐생명과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EC-18'의 미국 임상 2상에 진입하기 위해 카메론 로버트 울프 미국 듀크대 의대 교수를 임상시험책임자(PI)로 영입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하는 국내 첫 기업이 될지 주목된다.

울프 교수는 감염병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를 포함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인플루엔자 등 60여 편의 감염병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임상 3상에도 관여했다.

엔지켐생명과학에 따르면 울프 교수는 EC-18이 렘데시비르와 다르게 코로나19의 주요 사망 원인인 중증 폐렴,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프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는 작업에 관여하게 된다. 손기영 대표는 "울프 교수를 PI로 영입한 것을 계기로 IND를 FDA에 제출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신속하게 허가받을 수 있게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의사를 PI로 영입하는 것은 신약 후보물질의 성공적인 임상 개발에 중요하다. PI 요청을 많이 받는 의사들은 약물의 기전, 전임상과 초기 임상의 데이터 등을 면밀히 살핀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권위자로 평가되는 의사가 PI를 하겠다고 하면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기업에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의 미국 내 네트워크는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강점막염, 호중구감소증,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등 적응증별로 세계적인 권위자들을 과학자문위원회(SAB)에 영입했다. 제프리 크로포드 듀크대 의대 교수, 스티븐 소니스 하버드대 치대 교수, 데이비드 거디나·마이클 찰톤 시카고대 의대 교수 등이다.

회사 관계자는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치료제가 미국 5개 정부기관으로부터 방사능핵무기대응프로그램, 화학무기대응연구프로그램 등 연구과제로 선정되는 등 신뢰도 높은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미국 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게 의사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미국 보건부 산하의 생의학연구개발청(BARDA)이 주관하는 코로나19 의료대응조치(MCM)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냈다. MCM은 감염병 확산, 자연재해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긴급히 공급하는 의약품을 가리킨다. 여기에 선정되면 BARDA의 지원 아래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시험과 MCM 프로그램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EC-18은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 1상을 마쳐 안전성 데이터는 확보된 상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승인을 받으면서 미국 임상 진입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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