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자궁경부암 급증…낮은 백신 접종율 한몫

입력 2020-05-15 14:45   수정 2020-10-12 19:14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는 20~30대 여성이 늘고 있다. 성 문화가 바뀌면서 젊은 나이에 성 경험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다. 한관희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성 개방 풍조의 확산으로 성관계 경험이 늘고 시작 연령도 어려지고 있다”며 “자궁경부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요인”이라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궁경부암으로 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2015년 1만3447명에서 2019년 1만7760명으로 47% 정도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환자가 15%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증가폭이 가파르다.

젊은 여성 자궁경부암 환자는 자궁경부 바깥쪽에서 생기는 상피세포암보다 안쪽에 발생하는 선암을 더 많이 호소한다. 젊은 여성은 선암 발생과 연관된 HPV 18형과 45형에 감염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상피세포암보다 선암은 발견이 더 어렵고 치료 결과도 좋지 않다. 생존율이 낮아 주의해야 한다.

HPV는 흔하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다.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여성 성인 10명 중 8명이 HPV에 감염될 정도다. 대부분 2년 안에 사라지지만 10% 정도는 2년 넘게 감염이 지속된다. 이때 자궁경부 상피 안에 종양이 생길 위험이 있다. 계속 방치하면 자궁경부상피내암, 침윤성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대개 정상세포가 HPV에 감염되면 5~20년에 걸쳐 서서히 암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궁경부암 환자 99%가 HPV에 감염됐을 정도로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요한 원인이다. 바이러스가 일으키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기도 한다. 국가암검진권고안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마다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30세 이상 여성이 받았던 자궁경부암 검진 대상은 2016년부터 만 20세 이상 여성으로 확대됐다.

젊은 여성에게 많은 암이지만 20~30대 여성은 젊기 때문에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방치하는 일이 많다. 산부인과 진료를 꺼리는 것도 자궁경부암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20대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20%에 불과하다. HPV 백신 접종률도 50~60%로 낮은 편이다. 한 교수는 “HPV 백신은 2016년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될 정도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백신”이라며 “백신 접종을 통해 암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HPV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은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만 12세 여학생이라면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하지만 성 경험이 있어도 백신 접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연령은 9~26세다. 26~45세 여성이 접종해도 무방하다. 다만 백신을 맞는다고 자궁경부암이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성생활을 시작한 뒤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자궁경부암이 생기면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 치료 등이다.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암으로 발전하기 전인 상피 내 종양 단계에서 발견되면 수술 범위가 줄어든다. 자궁경부 중앙 부분만 잘라내는 자궁경부 원추 절제술로 완치된다.

이보다 좀 더 발전했더라도 1기 암이고 암세포가 침투한 깊이가 3㎜ 미만이라면 자궁경부 원추 절제술로 치료할 수 있다. 한 교수는 “암 크기가 2㎝를 넘지 않으면 자궁경부와 질 일부분만 잘라내고 질과 자궁을 다시 연결해 주는 자궁목 절제술을 한다”며 “이런 수술을 통해 향후 임신과 출산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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