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중 교통사고 장애…법원 "교회·인솔목사가 10억원 배상"

입력 2020-05-15 15:26   수정 2020-05-15 15:35

해외 선교활동을 갔다가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은 여대생에게 교회와 목사가 손해배상금 10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법원 화해 권고 결정이 나왔다. 화해 권고란 판결에 이르기 전 재판부가 직권으로 양 당사자에게 합의를 권하는 것을 가리킨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15일 이같은 내용의 화해 권고에 대해 원고와 피고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공단이 대리한 원고인 여대생 A씨는 2014년 1월 평소 다니는 교회의 목사 B씨, 교인 C씨 등 일행 7명과 함께 유럽 선교여행을 떠났다.

목사 B씨는 체코를 경유하던 중 자신의 명의로 현지 렌트카를 빌려 운전했다. 이후 신도 C씨에게 운전을 교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C씨가 고속도로에서 B씨를 대신해 운전하던 중, 빙판길에 미끄러져 정차돼있던 트레일러와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여대생 A씨는 오른쪽 눈을 실명하고 뇌병변 이상으로 균형장애를 입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여대생 A씨는 법률적 도움을 구하기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았다. 공단 측은 A씨의 장애에 대해 피고측에게 13억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교회와 목사 B씨는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선교여행은 교회에서 꾸린 게 아니라, 교회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떠난 여행이라는 게 근거였다. 교통사고를 낸 교인 C씨는 자신이 낸 사고는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이 감경돼댜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 측은 목사 B씨가 체코 현지에서 자신의 명의로 차를 빌린 사실을 지적하고 책임을 물었다. 자동차를 자신의 명으로 렌트한 경우, 잠깐 다른 사람에게 대리운전을 맡겨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한 것이다. B씨가 담임목사인 점을 들어 교회의 책임도 주장했다. 체코 당국의 수사기록 분석을 통해 교인 C씨가 당시 무리하게 운전했다는 점도 밝혀냈다.

서울북부지법의 이준철 판사는 피고 모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손해배상액을 9억7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공단 소속 황호성 변호사는 "이번 사례를 참고해 해외에서 차량을 렌트해 운행할 경우 반드시 보험에 가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법률공단은 GS칼텍스의 지원을 통해 교통사고 피해를 당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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