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예비 시어머니가 접대부를 고용한 유흥업소를 운영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결혼할 수 있을까.
직장인 A 씨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다. 1년 넘게 교제한 남자친구는 명문대와 로스쿨을 졸업한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거쳐, 현재 유명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어머니 직업을 알게 된 후 A 씨는 "결혼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털어 놓았다.
A 씨는 "연애를 하면서 크게 싸운 적도 없고, 서로 생각도 잘 맞았다"며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견례까지 마친 후에 남자친구가 집안 얘기를 하더라. 이전에도 가족 얘기를 했지만 그날 들었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면서 그날 들은 시어머니의 사업 이야기를 전했다.
A 씨가 연애 초반 들었던 남자친구의 집안 사정은 어릴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홀로 본인과 누나를 키웠다는 것이었다. 어머니 집안은 할머니 때부터 계속 장사를 해왔던 집안이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상속 받은 재산으로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는게 남자친구의 설명이었다.
A 씨는 "어떤 사업이냐고 물었을 때 '식품 관련 사업'이라고 했고, 그땐 남자친구네 어머니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다"며 "남자친구는 변호사이고, 누나는 약사인데 홀로 그렇게 자식 교육까지 신경 쓰면서 뒷바라지를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나라고만 여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자친구 말이 어머니가 서울의 큰 요정을 운영한다고 하더라. 집안이 넉넉한 것은 알았지만, 그 돈이 어머님이 '요정'을 운영해서 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요정'이라는 단어도 남자친구를 통해 처음 들었다"면서 비통함을 드러냈다.
이어 "남자친구 어머니네 가게에는 20개가 넘는 룸에 수십 명의 아가씨, 수십 명의 직원들이 있다고 한다"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산을 정리해 요정을 차리게 됐고, 10년 정도 후엔 호텔을 매입해 숙박업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남자친구는 교제 초반에 어머니의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로 겹치는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았고, 결혼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관계에 모든 것을 밝힐 순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을 뿐 거짓말을 하거나 숨긴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또한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가 '1종 유흥업소'로 등록된 합법적인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무엇이 문제냐"고 A 씨의 반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A 씨는 "남자친구의 말이 맞든 틀리든,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이 자체에 충격을 받았다"며 "남자친구는 '어머니가 자영업자라 결혼을 다시 생각해보려는 것이냐'며 왜 우리 결혼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지 모르더라. 어떻게 해야 하냐"고 고민을 토로했다.
또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건, 남자친구가 주기적으로 가게에 들러 어머니 세금 정리도 도와드리고, 매출 정리도 하고, 가게에서 식사도 하고, 관리도 하더라"라며 "가게에서 일하는 도우미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이런 내가 예민한 거냐"고 물었다.
A 씨의 고민을 본 사람들은 "문제될 것이 있냐"는 입장과 "그렇게 당당하면 왜 미리 상견례 전에 말하지 않았냐"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문제가 안된다는 사람들은 "시어머니가 운영한다는 요정은 일반적인 유흥업소보다 주대도 높고, 룸 안에서도 음란한 행동도 덜하다", "결혼의 목적이 돈에 있다면 탁월한 선택일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수익 활동을 한 거 아니냐", "사람 그 자체만 보면 문제될 게 없지 않나" 등의 견해를 드러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쪽에서 시어머니가 크게 성공하셨다는 건 그 분이 보통분이 아니라는 의미다", "변호사라는 사람이 성상품화에 대해 그만큼 인식이 낮다는 건 결혼하고 나서도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당당하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만 봐도 본인도 잘못을 아는 것"이라는 지적을 하며 결혼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