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슬픈 고백이 있을까. 이민호가 감정을 절제한 ‘묵음 눈물’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민호가 지난 16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 10회에서 처연하면서도 절제된 눈물 연기로 시청자들을 함께 눈물짓게 했다. 최후의 결전을 앞둔 듯 그늘이 드리워진 얼굴로 대한민국에 나타난 이곤(이민호)이 정태을(김고은)을 향한 깊은 사랑을 눈물로 전하며 모두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분노, 절망, 슬픔 등 변화되는 감정선을 서서히 끌어 올리는 이민호의 섬세한 내공이 드라마의 긴장감과 감동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이곤(이민호)은 기지를 발휘해 이림(이정진)의 두 세계 이동 시점은 물론, 영원불멸에 대한 그의 갈망, 그리고 차원의 문이 2개라는 사실 등을 알아내며 평행세계를 둘러싼 비밀에 한발 다가섰다. 또 위험에 노출돼 있는 태을(김고은)을 지키고자 제국의 경찰을 동원하여 루나(김고은)를 추적, 다각도로 이림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갔다. 치열한 계산과 계획으로 마침내 2020년 새해 대한제국의 거리에서 이림을 맞이한 이곤. 하지만 이림의 수하들이 인질 테러극을 벌였고 이곤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추격을 중단했다.
팽팽한 대치 상황 속에서 매서운 눈빛과 표정만으로 차가운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이민호는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에 부딪혀 좌절하는 상황을 무게감 있게 그려냈다. 깊은 분노와 절망감을 드러낸 핏발 선 눈빛이 들끓는 이곤의 감정선에 몰입하게 했다.
이후 이곤은 서열 2위인 부영군 종인(전무송)에게 부재 동안 궁을 지켜달라며 “약속하겠습니다. 저를 지키겠다고. 그러니 당숙께서도 지키셔야 합니다. 스스로를. 황명입니다”라고 부탁하며 다시 굳은 결의를 내보였다. 하지만, 온전한 하나의 만파식적을 가지려는 이림의 욕망이 이곤의 아버지 선황제에 이어, 종인마저 죽음으로 내몰았다. 부고 소식을 듣고 요동치는 두 눈과 장례식이 거행되는 동안 눈빛만 살아 있는 이민호의 핏기 없는 얼굴에선 또 다시 반복된 상실감과 허망함이 오롯이 느껴졌다.
그리고 의연하게 참고 버텨왔던 이곤 내면의 고요한 슬픔은 마지막 태을과의 재회 장면에서 짙게 묻어나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네 잘 있었어?”로 등장한 이곤이지만 무거운 분위기가 알 수 없는 불안함과 긴장감을 드리웠다. 이곤은 "아주 멀리에서 오느라. 생각해보니까 내가 꽃도 한송이 안 줬더라고. 그래서 우주를 건너서 왔지"라고 꽃을 건넨 뒤 “맞다. 이 말도 아직 안 했더라고. 사랑해. 자넬,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어”라고 고백하며 태을에게 키스했다. 잠시 후 “어느 순간 내가 눈앞에서 사라진 듯 보일 거야. 그렇더라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나는 멈춘 시간을 걸어가는 것뿐이야"라는 말을 남기고 이곤은 사라졌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슬프게 웃는 모습부터, 차오르는 눈물을 꾹꾹 삼키다가 끝내 감은 눈에서 소리 없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민호의 뜨거운 눈물 연기와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칼날처럼 시청자들의 심장을 저몄다. 대한민국 태을의 삶을 존중하려는 그런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감정을 절제해온 이곤의 눈물이라서 애절했고, 힘든 시간들을 겪은 뒤 또 큰일을 감당하기 위해 나서는 황제의 눈물이라 더욱 처연했다. 가슴 터질듯한 그리움과 슬픔 등이 뒤섞인 이민호의 눈물 고백은 극의 슬픔을 배가시키며 그 어느 때보다 긴 여운을 남겼다.
한편 이민호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치는 가운데에서도 황제라는 역할에 맞게 무게감 있고 절제된 연기로 고조되는 이곤의 분노와 슬픔에 자연스레 시청자들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과 두 세계를 지키기 위해 운명과 맞서기로 한 이곤의 각성이 예고되면서 더욱더 거세게 휘몰아칠 이민호의 열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 킹 : 영원의 군주’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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