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전시 중 하나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증기를 포집해 마시는 물로 만드는 기술로, 이 기술을 선보인 기업은 혁신상을 받았다. 모델도 다양해서 큰 것은 학교 또는 작은 마을의 식수로 충분한 양을 원할 때 바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가 사막 기후라서 공기 중 수분 함량이 적은데도 이 기계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줄줄 나와 사람들이 줄 서서 물을 마시곤 했다. 전원으로 태양광을 쓰면 아프리카 오지, 중동의 사막에서도 오염되지 않은 물을 공급할 수 있는 ‘포용적 과학기술’이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물이 없으면 사람은 생존할 수 없다. 깨끗한 물을 충분히 구할 수 없어 해마다 많은 수의 사망자가 지구 곳곳에서 발생한다. 몇 시간을 걸어서 물을 길어오느라 학교에도 못 가는 어린이들이 아직도 아프리카엔 많다고 한다. 지금까지 지하수 개발, 빗물 저장, 해수 담수화 같은 방법이 총동원됐지만 공기 중 수증기 포집과 같이 세계 어디서나 가능한 방법이 아니어서 물 부족 문제는 늘 글로벌 이슈이곤 했다.
품질 좋은 값싼 물이 풍부한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기후변화, 하천오염의 문제가 있지만 적절한 강수량, 관개시설로 큰 어려움을 모른다. 특히 석회암이 많아 수돗물을 마음놓고 마시지 못하는 유럽의 국민들에게 한국의 수돗물은 부럽기까지 하다. 그래서일까, 물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한국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우리나라 물 생산, 유통, 소비를 보면 전기, 통신, 에너지에 비해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상품의 종류도 획일적이다. 마트에서 사 먹는 생수마저도 생산방식 및 유통, 품질이 다양하지 못하고 획일적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무엇이 있을까. 수증기 포집에 의한 물 생산을 뛰어넘을 아이템은 어떤 것일까. 먹는 물, 농공업용수 분리 생산, 의료, 미용용 물 생산 등 과학기술에 기반한 맞춤형 물 생산과 공급, 과금 방식을 개발해 스마트시티에 전면 도입하면 어떨까. 나아가 물 온도, 압력, 첨가물 조절, 재활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물 셋톱박스를 집집마다 둔다면 물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동시에 신산업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물의 유통, 소비에 대한 세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소위 스마트 물 사회가 곧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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