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이우환의 작품들이다. 이우환 그림의 시작인 ‘점’ 시리즈부터 선, 바람, 조응, 최근작인 대화 시리즈까지 시대별 작품 9점이 출품된다. 낮은 추정가로 합쳐도 24억원어치에 이른다. ‘Dialogue’는 5억4000만~6억원, ‘선으로부터 No.80046’(사진)은 5억4000만~8억원에 나왔다. 원화 작품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종이에 과슈로 그린 작품, 도자기에 그린 채색화 등도 1800만~4500만원에 내놓았다. 근현대 부문에서는 김환기의 ‘산월’이 2억6000만~4억원, 단색화 거장 윤형근 화백의 150호 대작 ‘Burnt Umber & Ultramarine Blue’는 1억8000만~4억7000만원에 출품된다. 박서보 화백의 100호 대작 ‘묘법 No.060712’는 1억30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한다. 이강소 이배 김구림 오수환 류경채 임옥상 등의 대형 추상 작품도 새 주인을 찾는다.
고미술 부문에서는 조선백자 고유의 담박한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 18세기 특징을 잘 보여주는 ‘백자청화수복강녕문호’(4억~6억원) ‘백자태호’(5000만~1억원) ‘백자호’(6000만~9000만원) 같은 조선백자와 12~13세기에 제작된 ‘청자상감운학문매병’, 16세기의 ‘분청사기조화모란문장군’ 등 도자기가 두루 출품됐다.
추정가 5000만~1억원에 나온 석지(石芝) 채용신(1850~1941)의 ‘장생도’는 가로 356㎝, 세로 118㎝의 비단에 그린 수묵 채색화로, 궁중 장식화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장생도를 그렸던 ‘석지 화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십장생에 포함된 소나무, 학, 사슴 등은 물론 원앙, 꿩, 토끼, 원숭이 등 십장생과 무관한 경물(景物)까지 그려 넣었다.
오장환 정지용 주요한 김광균 박두진 변영로 설정식 박목월 등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근대 문학가의 시집들도 단독 또는 묶음으로 경매에 나와 눈길을 끈다. 이들은 도서와 잡지 등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김환기 이중섭 구본웅 등 미술인과도 긴밀하게 교류했다. 1946~1949년 출간된 박두진의 ‘해’, 김광균의 ‘기항지’ 등 6권 모음이 200만~600만원에 나왔다. 해방 후 오장환이 월북하기 전까지 펴낸 시집 ‘헌사’ ‘병든 서울’ ‘성벽’ 묶음과 정지용의 ‘백록담’ ‘지용시선’, 변영로의 ‘명정사십년’, 박목월의 ‘난·기타’ 묶음은 각각 추정가 500만~1000만원에 선보인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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