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9월 학기제는 유력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문부과학성 등 관계 부처들은 9월 학기제를 도입하려면 학교교육법, 사법시험법, 국민연금법 등 33개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입에 필요한 예산은 5조엔(약 57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3월부터 9월 개학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온 일본 정부는 다음달 초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여론은 찬성이 55%로 35% 안팎인 반대보다 높다. 도입이 확정되면 코로나19 이후 사회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첫 번째 나라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1987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대학 주도로 9월 학기제 도입을 시도했다. 아베 총리도 1차 집권기인 2007년 가을학기제 도입을 추진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대학 주도가 아니라 초·중·고교 주도로 추진하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입시다. 일본 정부가 전국적으로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한 이후에도 상당수 사립학교와 지방 학교는 수업을 진행해왔다. 휴교 중인 대도시, 국공립 고교의 수험생과 학부모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부족한 수업일수를 맞추기 위해 실시한 온라인 수업은 학력 격차를 키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온라인 수업 설비를 갖추지 못한 가정이 많고, 지역 격차도 심각하다.
해외 유학생 및 외국인 인재 유치가 쉬워지고 일본 학생들의 해외 유학이 늘어나는 등 국제화가 진전될 것이란 기대도 9월 학기제가 지지받는 이유다. 6월에 졸업하는 미국과 유럽의 인재들이 일본의 대학이나 기업에 들어오려면 이듬해 4월까지 1년여 동안 공백을 감수해야 했다.
박종후 돗쿄대학(독일협력대학) 국제교양학부 특임교수는 “학기제나 쿼터제(4학기제)를 도입한 대학이 있지만 ‘코스모스 졸업은 학점을 못 따서 제때 졸업을 못한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는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일괄채용 제도를 없애고 있어 대학도 4월 학기제를 고수할 이유가 줄고 있다.
대학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유학생 530만 명 가운데 일본이 유치한 해외 유학생 수는 16만 명으로 3%에 불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대와 교토대 두 곳만이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유학생 수와 외국인 교직원 수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큰 과제는 사립학교의 재정이다. 학기를 5개월 늦추면 1조엔의 손실이 발생한다. 초등학교는 도입 첫해 입학생이 통상의 1.4배로 늘어나 교실과 교직원을 확보하는 것도 숙제다. 아사히신문은 9월 학기제 도입으로 교원 2만80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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