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형사·공판부 출신 전성시대 오나

입력 2020-05-18 18:45   수정 2020-05-18 19:01

법무부가 검찰 개혁을 위해 발족한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 자리의 60% 이상을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로 채울 것을 권고했다. 특수·공안·기획 검사들이 요직을 독식하는 현상을 깨고, 폐쇄적인 검찰 조직문화를 탈피해야한다는 게 골자다.

개혁위는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를 위한 검사 인사제도 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인사 및 복무평정 제도를 바꿔 국민들의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 검사들과 공소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공판부 검사들을 실질적으로 우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혁위는 먼저 전국 검찰청의 형사·공판부장 직급에 재직 기간의 최소 3분의2 이상을 형사·공판부에서 보낸 검사들로 보임할 것을 권고했다. 주로 형사·공판부를 관리 감독하는 지검 1차장검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일선청의 형사·공판부장과 대검찰청의 형사부·공판송무부 산하 과장 직위는 형사부 경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특수·공안·기획 검사들이 장악해 왔다.

특수·공안통 검사들은 대형 정치사건 등 주요 인지수사를 담당하고, 기획통 검사들은 검찰 내 정책기획 등 업무를 맡는 등 검찰 내 주요 보직으로 여겨진다.

개혁위 관계자는 "형사·공판부에서 충분히 경력을 쌓은 검사가 형사·공판부 관리자를 맡아야 한다"며 "이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위는 검사장과 지청장 등 기관장 자리에 형사·공판부 검사들을 중용할 것도 권고했다.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옮기기 위해, 형사·공판부 경력검사를 5분의3 이상 임용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검찰 전체 사건 가운데 형사부 업무만 80% 이상 차지한다. 검사 인원으로 봤을 때 70% 가량 된다.

전담 사건만 처리하는 공안·특수 분야 검사들과 달리 형사부 검사들이 전문화에 있어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개혁위는 "평검사들이 승진에서 불리하고, 전문성도 쌓기 어려운 형사부 검사로 남아있지 않기 위해 특수·공안·기획 전담 배치권한이 있는 상급자에 줄을 서고, 저경력 검사 시절부터 조직에 순응하는 문화에 젖어들게 된다"며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가 되는 중대한 범죄에 대한 검찰 대응이 미비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혁위는 형사부 전문검사 시스템을 구축할 것도 권고했다. 소년·지식재산권·조세·식품의약범죄 등 전문 전담부서를 추가로 만들고, 대검 형사부에도 여성폭력범죄대응과와 소년범죄대응과 등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 개혁위의 주장이다.

또 검찰 전보인사를 최소화하라고 권했다. 개혁위에 따르면 부장검사 이상은 매년, 평검사는 2년마다 정기적으로 전보인사가 실시돼 검사의 절반이 매년 인사 대상이 되고 있다. 개혁위 관계자는 "전보인사가 검사들을 향한 통제수단이 되지 않도록 지방 소재 지검 근무 희망검사는 기간 제한 없이 해당 지검 관내 검찰청에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권역검사제' 도입을 제안했다. 권역검사제란 전국 검찰청을 권역별로 나누고 검사를 동일 검찰청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개혁위는 이같은 내용을 현실화하기 위해 검찰인사위원회를 실질화할 것을 제안했다. 7월 검찰인사에 앞서, 검찰인사위원회 회의를 월 1회로 정례화하는 등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주기적으로 심의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안효주/이인혁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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