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7兆' 한남3구역 재개발…임대 제로·분양가 보장 등 파격조건 빠졌다

입력 2020-05-18 17:46   수정 2020-05-19 00:28


18일 서울 한남동 한남뉴타운3구역 안에 있는 재개발 조합 사무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3구역 시공권 입찰에 참가한 건설사들의 전략이 공개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등 건설사 관계자들은 입찰제안서 개봉을 함께 지켜보고 이날 오후 1시30분께 총총히 사무실을 떠났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이날 한남동 조합사무실에서 입찰제안서를 개봉하고 시공사 선정 절차를 공식 재개했다.

현대건설이 기호 1번을 받았다. 대림산업과 GS건설은 각각 2, 3번이었다. 건설사들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공사비 등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한강 조망을 극대화한 ‘명품 단지’를 짓겠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과열 수주전으로 입찰이 무산되고 검찰 조사까지 받으면서 ‘분양가 보장’ ‘임대 제로(0)’ 등 파격적인 조건은 빠졌다.

지난해처럼 혁신설계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대안설계를 통해 차별성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조합 측 설계를 거의 모두 변경하는 혁신설계는 불법으로 보고 있지만, 10% 이내에서 변경하는 대안설계는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사들은 제안서를 통해 비용 절감을 강조했다. 3사는 모두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1조8880억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원안공사비를 제시했다. 대림산업이 1조3000억원으로 가장 낮았고 현대건설 1조5000억원, GS건설 1조6000억원 순이었다. 그러나 변경설계를 반영한 실질적인 대안공사비는 현대건설이 1조7000억원대를 제시해 대림산업(1조8000억원대)보다 낮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아너힐스’ 사례에서 보듯 강남에서도 얼마나 고급화를 하느냐에 따라 집값이 달라진다”며 “건설사들이 한남3구역의 공사비는 최대한 낮췄지만 랜드마크를 조성하기 위해 고급화 수준은 최대한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또 이주비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재개발 사업은 감정평가액의 40%까지만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직접 대출 등 추가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등 3사 모두 담보인정비율(LTV)의 100%에 가까운 이주비 대출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에서는 공사비와 대안설계의 차별성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분석했다. 공사비가 싸면서도 한강 조망 극대화, 커뮤니티, 조경, 특화 서비스 등의 설계가 앞선 곳이 수주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파워의 경우 조합원 간 선호도가 다르고 객관적으로도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며 “미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플러스알파’ 시설이 있는지가 조합원의 표심을 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남3구역은 공사 예정 가격만 1조8881억원, 총사업비는 약 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한남동 686 일대에 지하 6층~지상 22층 아파트 197개 동, 총 5816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다. 조합은 다음달 4일 1차 합동설명회를 열고 다음달 20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규모가 크고 랜드마크로서의 가치가 높아 건설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당초 지난해 12월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시공사 선정 일정이 지나친 과열경쟁 때문에 연기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당시 불법 홍보 및 혁신설계 등 제안서의 위법성을 문제삼아 입찰을 무효화시켰다.

올해 수주전은 아직까지는 종전과 180도 달라진 차분한 분위기다. 조합 측이 사업 지연을 우려해 과열 홍보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어서다. 다만 조합원들에게 비교표가 공개되는 시점을 계기로 홍보전도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유정/김진수/신연수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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