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폭행 가해자, 혐의 부인…녹취록엔 "백 대 맞자"

입력 2020-05-18 09:38   수정 2020-05-18 09:49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 심모씨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약 10시간에 걸친 조사에서 심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심 씨는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경비원 최모씨에 대한 폭행 등 혐의에 대해 소환 조사를 받았다. 선글라스, 마스크를 착용하고 검은 수트 차림으로 경찰서에 도착한 심 씨는 '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해자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YTN이 보도한 경비원 최 씨의 음성 유서에 따르면 "(가해자가) 네가 죽던가 내가 죽어야 이 싸움이 끝난다 (라고 말했다)", "사직서 안 냈다고 산으로 끌고 가서 백 대 맞고, 길에서 보면 죽여버린다고 (했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 최 씨는 심 씨에 대해 "고문을 즐기는 얼굴이다. 겁나는 얼굴이다. 저 같이 마음이 선한 사람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나"라며 반드시 처벌받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최 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경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씨는 입주민 심 씨와 주차 관련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이후 심 씨는 최 씨를 여러차례 폭행하고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씨는 실랑이 중 넘어진 뒤 최씨에게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비만 2000만 원이 넘게 나온다. 돈을 많이 만들어 놓으셔야 할 것"이라며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최씨는 지난달 말 상해 혐의로 심 씨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결국 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에 숨졌다.

심 씨는 90년대 큰 인기를 모았던 가수의 프로듀서 출신으로 현재는 트로트 가수 매니저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다빈은 심 씨의 연예기획사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몸 담았고, 당시에서 폭언과 갑실을 일삼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아파트 경비원을 죽음으로 내몬 한 입주민의 갑질과 폭행에 대해 엄벌해 달라'라는 글이 잇달아 올라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청원인들은 "주차문제를 가지고 폭행하고 관리소장에게 경비원을 해고하라고 겁박한 것은 명백한 갑질이고 범법행위"라며 "철저히 다 수사해서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 하청 용역분들을 보호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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