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즐기는 얼굴이더라"…숨진 경비원 음성 유서 공개

입력 2020-05-18 10:33   수정 2020-05-18 10:55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59)씨가 음성 녹음 형태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YTN은 18일 최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남긴 음성 유서를 공개했다. 해당 유서에는 최씨가 가해자인 입주인 A(49)씨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했던 정황이 묘사돼 있다.

최씨는 음성 유서에서 흐느끼는 목소리로 "A라는 사람한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다"며 "밥도 굶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불안한지 아는가"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A씨는) 너 이 XX 고소도 하고 돈이 많은가 보다, 끝까지 가보자, 네가 죽던가 내가 죽어야 이 싸움 끝나니까(라고 말했다며), 사직서 안 냈다고 산으로 끌고 가서 너 100대 맞고(라고 말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A씨는) 고문을 즐기는 얼굴이다. 저같이 마음 선한 사람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나"라며 "A씨에게 다시 안 당하도록, 경비가 억울한 일 안 당하도록 도와달라. 강력히 (A씨를) 처벌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음성 유서를 통해 자신에게 도움을 준 아파트 주민들에게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그는 "B 엄마 도와줘서 고맙다. 저승 가서라도 꼭 은혜 갚겠다"며 "C 엄마 아빠, D 슈퍼 누님, E호 사모님도 은혜 꼭 갚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1시께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문제로 주민 A씨와 언쟁이 발생했다. 이후 A씨는 최씨를 폭행한 뒤 관리사무소로 끌고 가 경비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최씨는 폭행 사건 발생 다음날인 22일 상해 등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 5일 긴급 입주민 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씨는 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A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약 11시간 가량 조사를 진행했다. A씨는 '(최씨의)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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