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주말부터 재개발·재건축 ‘빅 위크’가 시작된다. 서울에서 4곳의 정비사업조합이 새로 시공사를 뽑거나 해지 여부를 결정한다. 해외수주 부진으로 국내 주택사업 ‘올인’ 전략을 펼치는 건설사들은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 9000억 사업장 품나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갈현1구역조합은 오는 23일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앞선 두 번의 입찰이 유찰되면서 롯데건설이 수의계약 대상으로 올랐다. 이날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의 동의가 이뤄지면 단독 후보인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다.
갈현1구역은 갈현동 300 일대 약 23만㎡의 낡은 단독·다세대주택을 헐고 4116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 규모는 9200억원으로 서울 서북권에서 가장 크다. 당초 지난해 말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입찰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졌다. 현대건설의 제안에 문제가 있다고 본 조합이 입찰 자격을 박탈하면서 재입찰에 부쳐졌다. 올해 초 두 번째 입찰에선 롯데건설만 단독 응찰하면서 유찰됐다. 지난달 말 열린 대의원회에서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시공사 입찰이 두 차례 이상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비업계는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총회에서 수의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6600억원가량의 정비사업을 수주한 롯데건설이 갈현1구역까지 품게 될 경우 상반기 수주액이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나 단숨에 이 부문 1위로 올라서게 된다.
28일부턴 강남권 수주전이 개막한다. 신반포21차에서 포스코건설과 GS건설이 맞붙는다. 2개 동, 108가구 규모의 작은 단지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강남 입성을 노리는 포스코건설은 후분양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중도금과 공사비 조달에 드는 이자도 입주 때까지 유예한다. 반포자이와 신반포자이,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 등 이미 주변 단지들을 수주하거나 시공한 GS건설은 일대를 ‘자이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착공부터 준공 시점까지 조합이 가장 유리하 시기에 일반분양을 하도록 프라임타임 분양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우 vs 삼성 ‘강남 격돌’
30일엔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이 시공사를 뽑는다. 올해 강남 재건축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맞붙는다. 삼성물산은 올해 정비사업에 5년 만에 복귀했다. 앞서 인근 신반포15차조합이 대우건설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하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양사의 자존심 싸움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대우건설은 사업비를 0.9% 고정금리로 조달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사업활성화비 명목의 2200억도 추가 조달한다. 일반분양분에 대해선 리츠(REITs) 방식을 제안했다. 일반분양물량을 현물출자해 리츠를 설립한 뒤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다 의무임대기간이 끝나고 나서 시세대로 분양하는 방법이다. 다만 서울시는 리츠 방식의 사업추진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준공후 분양을 내세웠다. 공사기간 동안 표준지 공시지가가 오른다면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일반분양가 인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 내 2만㎡ 규모의 숲을 조성하겠다는 공약과 내년 5월 착공해 34개월 안에 공사를 마치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공사비 8000억 규모의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던 곳이다. 그러나 공사비 등을 두고 갈등을 겪다 조합이 시공계약을 해지하면서 시공사 재선정 절차를 밟았다. 수주를 두고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고소·고발 등 과열 경쟁을 벌이자 서울시는 이곳을 클린수주 시범사업장으로 선정했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각각 경고와 주의를 한 차례씩 받았다.
같은 날엔 흑석9구역조합이 총회를 열고 롯데건설과의 시공계약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집행부를 해임한 조합은 이번 총회에서 시공계약을 당장 해지할지,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여부를 지켜보고 결정할지를 묻는다. 조합원들은 당초 시공사가 약속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이 관철되지 않으면서 새 아파트의 최고층수와 동(棟)수가 계약과 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받은 흑석9구역 조합이 롯데건설과 결별을 선택할 경우 다시 대형 건설사들의 이전투구 장이 될 전망이다. 조합 관계자는 “대안이 제시된 만큼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 유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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