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항암제인 화학항암제는 빠르게 성장하는 세포를 공격하는 원리로 암을 치료한다. 암세포와 일반세포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심했다. 이후 2000년대 개발된 2세대 항암제는 암세포에만 반응하는 표적항암제다. 하지만 오래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한 것이 2010년 이후 도입한 3세대 항암제다. 면역반응을 조절해 암을 치료한다. 3세대 항암제까지 개발됐지만 여전히 1세대, 2세대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면서 환자를 치료한다.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환자 치료에 활용되는 항암제는 185개다. 최근 5년 내 승인받은 항암제가 89개다. 세계 항암제 시장은 2014년 1040억달러에서 2018년 1490억달러로 매년 9.4%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세계 항암제 매출이 2024년 236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의약품 시장 매출 점유율은 2024년 11.4%로 가장 크다. 화이자의 입랜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등 표적항암제와 MSD의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 등 면역항암제 시장이 함께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뇨치료제, 류머티즘 치료제 등이 항암제 시장의 뒤를 이었다.
항암제는 임상 비용이 많이 들지만 수익성이 높은 치료제다. 다른 분야 치료제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통과한 치료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미국에서 항암제 승인을 받기까지 임상 비용은 7억달러(약 8631억원)가량 필요하다. 감염치료제, 피부질환 치료제 임상 비용이 2억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세 배 넘게 많이 든다.
하지만 항암제 분야의 순현재가치(NPV)는 782억달러로 전체 질환군 중 수익성이 가장 높다. FDA 승인 예상 건수가 126건으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실제 심혈관계 치료제 임상을 위해 10억달러가 들지만 NPV는 56억달러에 불과하다. FDA 예상 승인 건수가 19건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제약사들도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573개 중 항암제는 178개에 이른다. 국내 제약·바이오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의 31%가 항암제다.
하지만 항암제 개발은 장기전이다. 더욱이 국내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항암 신약은 비임상이나 물질 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임상 1상 이상 진행된 국산 파이프라인도 대부분 국내 임상이다.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신라젠의 펙사벡과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이 임상을 중단하거나 목표치에 다다르지 못하면서 국산 항암신약 중 FDA 승인을 앞둔 치료제는 사실상 전무하다. 한미약품의 오락솔이 상반기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지만 정맥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개발한 개량신약이다. 앞으로 4~5년 안에 국내 기업이 개발한 항암 신약이 미국 시장에 출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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