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의원은 아홉 살 때 부친이 세상을 떠나면서 소년 가장으로 농사를 지었다. 그는 기증식 자리에서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책을 마음껏 읽지 못했던 아쉬움이 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고 술회했다. 78세로 울산 최고령 의원인 강 의원은 지난 3월 총선 직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국가적 비상사태를 맞아 젊고 역동적인 후진에게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 군수는 “강 의원은 울산과 울주군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며 “퇴임 후에도 지역사회 봉사를 위해 명예도서관장직을 흔쾌히 수락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내면서 집필한 울산의 지명과 관련한 유래나 설화, 이야기 등을 엮은 책 세 권을 갖고 울주군 초등학생에게 울산과 울주군의 지명 등에 얽힌 재미나고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그는 지난 16년간의 의정생활에 대해 “맨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내 고장 울산과 울주를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생각했고, 그 초심을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KTX울산역 유치, UNIST(울산과학기술원) 설립, 혁신도시 공공기관 유치 등 울산 발전을 위해 굵직한 사업을 적극 펼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세계적인 과학기술대학으로 자리잡고 있는 UNIST 유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적 성과물이라고 했다. 2006년 2월 ‘국립대학법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한 뒤 22일 만에 법안을 통과시키고, 당초 울산시가 부담하기로 한 1250억원의 건축비를 전액 국비로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이달 말 20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국토부에 울산 산재전문공공병원의 조속한 건립을 위해 행정절차의 원활한 추진을 요청하는 등 지역 발전을 위한 활동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강 의원은 “내가 다음 선거에 나오면 기증한 책과 서예작품 등이 모두 선거법 위반이 될 것”이라며 정치를 재개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국내 최대 산업도시인 울산이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성장세가 멈추면서 인구 100만 명 붕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다른 어느 도시보다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울산의 장점을 살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시민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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