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업체 태려건설산업의 김동석 회장은 서울 상도동 159의 250 일대(상도7구역·상도역 롯데캐슬·조감도)에서 토지주와 무허가 건물주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개발사업을 고민하다 지역주택조합 방식을 선택했다.
이곳은 ‘밤골’이라 불리던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6·25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정착해 무허가로 지은 건물만 수백 채에 달했다. 정착민들은 무단 점유와 지료(토지사용 대가) 체납으로 토지주와 철거소송에 시달리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였다. 서울시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06년 8월 상도7구역으로 지정하고 재개발을 시도했지만, 무허가 건물주들의 반발로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채 결국 2014년 3월 구역에서 해제됐다.
김 회장은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재단법인 지덕사로부터 매입한 상도7구역 부지를 다른 건설사에 매각할 생각도 했었다. 2008년 인근 지역에서 일반분양을 추진한 건설사에 의해 지료(지상권자가 토지 사용 대가로 땅 주인에게 지급하는 돈)를 체납한 250여 가옥이 강제 철거되는 것을 본 무허가 건물주들이 김 회장을 찾아와 시행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김 회장은 “기존 재개발 방식은 무허가 건물주들의 재산 가치가 2000만원 정도로 저평가돼 입주는커녕 쫓겨나는 처지가 된다”며 “바로 옆에서 시행한 ‘상도 더샵’이 잘 마무리된 것을 보고 우리를 찾아왔다”고 했다.
재개발 구역의 무허가 건물주 문제로 골치를 썩던 동작구청도 태려건설의 무허가 건물 대책을 포함한 새로운 개발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회장은 원주민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주택조합 방식을 쓰기로 했다. 조합가입비 등 사전 비용 없이 토지주와 무허가 건물주들로 조합을 구성했다. 무허가 건물주들은 평균 1억5000만원씩 현금 보상을 하고 아파트 공급가도 당초 가격에서 1억5000만원 할인해 줬다. 김 회장은 “우리가 땅을 사기 위해 조합원을 모집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산 땅에 원주민과 함께 집을 짓기 위해 지역주택조합 방식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도역 롯데캐슬’은 지하 5층~지상 20층 13개동에 950가구 규모로 공사 중이다. 착공 후 분양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2018년과 지난해 선분양을 준비하며 모델하우스도 두 차례 지었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보증 협상이 난항을 겪어 결국 후분양으로 돌아섰다. 이달 474가구 일반분양을 거쳐 내년 2월 입주할 예정이다. 후분양을 결정하며 공사비 60억원가량을 보태 단지와 인근 공원을 연결하는 등 조경을 특화했다.
김 회장은 거주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가장 빠른 사업 방법이라고 했다. 진정한 도시정비사업은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원주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는 얘기다. 김 회장은 “20년 전 매입한 땅이 우여곡절 끝에 원주민들의 멋진 보금자리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조합원들과의 상생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윤아영/김진수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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