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에 희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신용평가가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달려 있던 부정적 등급전망을 떼어낸 겁니다. 대신 안정적 등급전망을 새로 부여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의지를 사실상 철회한 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신용등급은 AA-입니다. 한 단계만 떨어져도 'AA'급 지위를 잃게 됩니다. 한 단계 차이지만 채권시장에서 AA급 기업과 A급 기업을 대하는 인식은 천양지차랍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이 떨어지고 있어 신용평가를 앞두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더욱 긴장했을 듯 합니다.
1999년에 설립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국내 방산 부문의 항공기 제작, 판매, 개발 사업을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올 3월 말 기준 지분 26.4%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죠.
이렇게 확고한 시장 지위를 갖고 있지만 매년 수익창출능력이 떨어지고 개발 사업 확대로 투자 부담이 불어나면서 2018년 말 부정적 등급전망 '꼬리표'를 달게 됐답니다. 내부회계 시스템의 불확실성 문제도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고요.
이 때문에 한국신용평가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사업 부문별 수주 실적과 비용 관리, 분식회계 문제를 꾸준히 관찰해왔습니다. 1년 반 동안 지켜본 결과 어느 정도 신용도가 안정됐다는 판단에서 등급전망을 되돌리게 된 것이죠.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난해 신규 수주는 전년(약 2조9000억원) 대비 감소한 약 1조3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주요 양산 산업의 발주가 지연되고 완제기 수출 사업이 부진한 탓이죠. 올 들어선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 수요가 줄고 완제기 수출 협상이 지연되고 있어 수주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신용평가는 "군수 사업 부문에서만 약 2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가 예상된다"며 "주요 항공기 제조사와 영업 관계를 감안할 때 항공 수요가 회복되고 완제기 수출 협상이 재개된다면 수주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정부의 예산 집행 시기가 확실하지 않아 운전자본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줄어들고 있는 순차입금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17년 말 6662억원에서 올 3월 말 4278억원으로 감소했답니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최근 현금창출능력이 개선된 가운데 사업별 정부 예산 집행 일정에 따라 선수금 수령과 채권 회수가 이뤄지고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금흐름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외신인도도 탄탄해 투자자금 소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회계 부정 이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에 타격을 줬지만 이 때문에 재무적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2017년 방산 비리와 분식회계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때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선급금에 대한 원가인식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재무제표도 수정했고요.
한국신용평가는 "분식회계 관련 전 경영진에 대한 재판과 정밀감리가 장기화하고 있다"며 "회계부정 관련 이슈가 큰 재무적 변동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최종 결과를 지속적으로 살필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7년엔 신용등급이 AA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최고 신용등급이었죠. 어려운 시기에도 등급전망이 오른 만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과거 최고 신용등급까지 회복할지 여부에 대해 꾸준히 지켜보면 좋을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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