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이란 책자에 담긴 여덟 컷 만화의 일부다. 단기 추진 과제로 우수인재 비자를 신설해 적극적으로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이다. 우수인재에겐 장기 체류, 가족 동반, 취업 허용 등의 혜택을 선별적으로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언제 실행되는지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어느 곳에서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키’를 쥐고 세부 과제를 추진할 중심 조직도 없다.
한국에선 이민 문제를 다루는 부처만 10개가 넘는다. 이민자 정착 지원은 행정안전부가, 우수인력 유치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맡는다. 고용허가제 및 취업 지원(고용노동부), 유학생·이민자 교육 지원(교육부), 다문화가족 지원(여성가족부) 등도 담당 부처가 제각각이다. 이민정책을 내놔도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장(사진)은 “국내에선 2008년 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이민정책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지난해 3차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통합 관리를 책임지는 조직은 없다”고 꼬집었다. 강 원장은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여서 정책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엄한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를 설립하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당장 이민청을 세우기 어렵다면 관련 기반을 준비할 수 있는 조직이라도 꾸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강 원장은 “이민정보원이라도 구성해 체류 외국인의 빅데이터를 쌓아 관리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적정 유입 규모를 추산하고 관련 연구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은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에서 중기 과제로 다룬 부분이기도 하다. 국적, 성별, 연령, 지역별 분포, 임금 수준 등을 종합해 사회·경제 및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체류 외국인의 취업 정보는 우수 인력을 유치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며 “외국인 전문인력 한 명을 유치하는 데 드는 사회적·경제적 비용까지 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이듬해 특정 산업 분야를 국가 차원에서 키우려 한다면 어느 국가의 어떤 외국인 전문인력을 유치하는 게 유리한지 따져보는 것도 가능하다.
속도가 더디더라도 결국 한국도 ‘이민 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강 원장은 “이민 시대에 대비해 얼마나 준비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이민정책은 다른 곳에서 완제품을 사들일 수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공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구성해가야 한다”며 “한국 환경에 맞게, 한국이 원하는 이민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둬야 한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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