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의 노사정 대화…대타협 공감했지만 입장차는 여전

입력 2020-05-20 17:28   수정 2020-05-21 01:4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가 20일 출범했다. 지난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제안한 이른바 ‘원포인트 비상협의체’다. 이로써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투쟁 중심의 민주노총 제안으로 시작된 만큼 대타협 기대도 크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견해차가 커 최종 합의까지는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렸다. 회의에는 정 총리를 비롯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함께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엄중한 만큼 최대한 빨리 대타협을 이루고 후속 조치도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정 총리는 이날 “심각한 일자리 상황 앞에서 지체하거나 주저할 수 없다”며 “1998년과 2009년에 한 달 정도 집중 논의해 합의를 이뤘듯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뜻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대표자회의 직후 노사 정책담당자, 정부 국장급이 참여하는 실무협의기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실무협의에서 정리되지 않는 쟁점은 부대표급, 대표급으로 올려 최종 합의를 도출한다. 논의의 큰 주제는 ‘일자리와 일터를 지키기 위한 노·사·정의 역할’과 ‘사회안전망 확충 방안’으로 정해졌다.

신속한 합의 도출이라는 정부 목표와 달리 향후 논의 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우선 노사 간 간극이 커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노동계는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해 해고를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기업을 지원할 때도 고용 유지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노동계 요구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노·사·정이 밀도있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하자”면서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사회적 백신은 해고 없는 대한민국과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하는 다음달 중순까지 결론을 내자면서도 ‘해고 금지’를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재난시기 해고 금지, 사회안전망 확대는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고용 유지를 하려면 임금 동결·삭감 등 노동계의 양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맞춰 법·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위기 상황에서 일자리를 지키려면 노사가 임금과 고용 간 대타협을 통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동 관련 제도·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동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가 기업 생존을 위해 재정을 집중 투입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하려면 노동계의 일부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백승현/서민준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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