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조사 촉구…'한명숙 사건' 다시 수면 위로

입력 2020-05-20 17:51   수정 2020-05-21 01:10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20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검찰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핵심 인사들과 현직 법무부 장관이 여권에 불리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명숙 사건의 진실이 10년 만에 밝혀지고 있다”며 “이 모든 정황은 한명숙 전 총리가 사법농단과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의 피해자임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법원에 “부처와 기관의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한 전 총리 사건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헌법적 가치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라며 “법 집행 과정에서 일부의 잘못된 일탈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검찰의 수사관행과 문화에 잘못이 있었는지, 정치적 의도가 있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 역시 “나오는 내용을 보면 검사의 수사 절차가 비정상적”이라며 “검찰을 책임지는 법무부는 수사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추 장관은 “김종민 의원이 우려한 바에 대해 문제점을 크게 느낀다”며 “검찰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했다.

반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칠까 염려스럽다”며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증거를 갖춰 재심 신청을 하게끔 법이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도 “국가기관의 불신을 조장하고 국론을 분열하는 행태를 보이기보다는 조용히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한신건영 대표였던 한만호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당시 증인으로 법정에 섰던 한씨는 옥중 비망록에 ‘검찰에 소환당해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진술하라고 지시받았다’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비망록은 이미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돼 재판부와 변호인이 모두 검토한 내용”이라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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