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IT 기술의 차이…한국이 일본 완파했다"

입력 2020-05-21 09:55   수정 2020-05-21 10: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각국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지원 속도 및 효율성 면에서 일본을 멀찌감치 따돌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기술 강국 한국이 서류에 의존하는 일본을 이겼다’(In Virus Relief, Tech-Savvy Korea Beats Paperwork-Heavy Japan)는 기사에서 “두 나라가 지난 4월 30일 나란히 지원금 예산을 승인 받았지만 일 처리하는 양상이 현저하게 달랐다”며 이 같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으로 한국에서 전체 가구의 80%가 재난지원금 수령을 완료했다. 정부는 전용 웹사이트를 운영해 안내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와 신용카드 앱, 은행 및 각 행정기관에서 가구당 지원 혜택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신청할 수 있는지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이 처럼 발빠르게 지원금을 나눠줄 수 있었던 핵심은 한국이 구축해 놓은 중앙집권적인 행정망과 ‘국민 식별 시스템’이란 게 통신의 설명이다. 주민등록번호 등 제도는 정부가 거주지 등 기본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일본과 달리 대규모 서류 작업을 불필요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국은 또 세계에서 가장 빠른 광대역 및 무선 네트워크를 보유한 국가다.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을 갖고 있으며 스마트폰 활용도도 매우 높다.

재난 지원금을 쓸 때마다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앱으로 잔액을 알려주기 때문에 3개월의 사용 기한을 수시로 일깨워주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일본에선 같은 날 기준으로 전체 대상자의 19%만이 실제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편 청구를 통한 서류 작업이 지지부진 해서다. 전체 지방자치단체 중 3분의 1 정도만이 온라인 방식으로 지원금을 나눠주기 시작했을 뿐이다.

일본에서 우편 청구가 많은 이유는 1억2700만 명의 인구 중 16%만이 자신의 주민번호 및 카드와 일치하는 핀(PIN·개인식별번호) 번호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를 발급 받는 기간은 한 달 정도 소요되며, 온라인에서 핀 번호를 잘못 입력하면 아예 잠겨 버리기 때문에 이를 풀려면 관공서에서 긴 줄을 서야 한다. 오사카에서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고바야시 나미 씨는 “온라인으로 10만엔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접속자가 몰리면서 시스템이 다운됐다”며 “우편 신청을 해놨는데 (계속 기다리다) 지금은 거의 포기 상태”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기술 중심적인 한국의 행정망이 일본보다 훨씬 빠르고 적합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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