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사는 신혼부부 박모 씨(34)와 김모 씨(38)는 최근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전세 기간 만료를 앞두고 계약 갱신을 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세로 전전하느니 이제라도 집을 사야하나 고민 중이다. 전세가격만 오른 게 아니라 매맷값은 더 가파르게 뛰고 있어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1년 반 전 3억4000만원에 전세를 주고 들어왔다. 당시 매매가격은 4억원 중반대로 전셋값과 1억원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집값이 오르면서 가격이 6억원 초반대까지 상승했다.
박 씨는 “집주인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서 전세를 들어왔는데 돈은 집주인만 벌었다”며 “이제 전세는 계약 만료 이후가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푸념했다. 이어 “나중에 집값이 더 뛸 것을 생각하면 집을 사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구로는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선 집값이 싸지 않냐”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 서울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정체하거나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오름세에도 다른 서울 자치구와 비교하면 여전히 가격이 낮은 편이다. 그렇다보니 김 씨처럼 자금 여력이 적은 수요자들이 사들이고 있다. 신안산선,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개발 호재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구로구 집값, 올해 서울서 가장 많이 올라
21일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11일 기준) 서울 구로구는 0.07% 뛰었다. 감정원 통계 기준 지난 2주간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상승한 곳은 구로구가 유일하다. 구로구의 올해 누적 변동률은 1.27%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기간 서울에서 1% 이상 오른 지역 역시 구로구뿐이다.
구로구 아파트 호가도 나날이 치솟는 중이다. 이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구로구 구로동 두산위브 전용 57㎡ 매맷값은 6억원 초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하더라도 4억28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약 1년 새 2억원가량 올랐다. 더 작은 면적인 전용 50㎡은 지난달 5억95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찍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L공인 대표는 “새로 매물이 나올 때 마다 직전 거래가격보다 2000만원 가량 오른다”며 “세대 대부분이 작은 면적이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신혼부부나 30대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라고 전했다.
구로동 중앙하이츠 전용 84㎡도 이달 초 6억4500만원에 실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작년 7월만하더라도 5억3700만원에 팔렸지만 10여개월만에 1억원 이상 상승했다. 같은 지역 한신휴플러스 전용 58㎡은 지난해 4월엔 4억4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엔 5억50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집값 여전히 싸…개발호재도 '관심'
서울 전역에서 집값이 상승세를 멈췄지만 구로구 아파트 가격만 오르는 이유는 지난해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음에도 여전히 가격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기준 구로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5억1750만원으로 서울 평균(8억3665만원)보다 3억1900만원 가량 싸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구로는 규제 영향이 덜한 9억원 이하 소형 단지가 많아 실수요자 비중이 높다”며 “최근 서울에 대한 투자수요는 주춤하지만 실수요자들은 꾸준히 매수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공급이 대폭 줄어든 점도 상승세의 요인으로 꼽힌다. 구로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신규 입주가 없었다. 지난해엔 3166가구가 입주했지만 올해는 다시 780가구로 대폭 줄었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서울시계에 위치한 항동지구 물량 뿐이다.
신안산선,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개발 호재가 남아있다는 점도 수요자들을 끌어들인다. 신안산선은 경기 시흥에서 출발해 구로구 일대를 거쳐 서울 여의도까지 44.7㎞를 연결하는 복선전철이다. 2024년 개통하면 구로구에서 여의도까지 환승없이 10분 내에 갈 수 있다. 최근 신안산선을 서울 광화문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구로구 Y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신안산선 착공 소식이 나온 이후부터 이 일대 아파트 매수 문의가 꾸준하다”며 “신안산선과 인접한 구로동이나 중저가 단지가 많은 고척동 위주로 가격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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