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20대 국회 마지막날까지 이어진 '정쟁'과 '지역민원 챙기기'

입력 2020-05-21 17:25   수정 2020-05-21 17:49

20대 국회 마지막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던 지난 20일. 회의실 안에선 오전부터 여야 의원간 고성이 오갔다.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144개 계류 법안을 심사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지만, 정작 양측간 공방은 법안 내용이 아닌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의 재조사 여부’를 두고 벌어졌다.

포문은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열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국가 권력에 의한 불법 혹은 범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건 재조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같은당 송기헌 의원과 박주민 의원 역시 법원·검찰·법무부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가 기관을 불신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장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지켜보던 채이배 의원은 "마지막 날까지 정쟁적 요소로 두 당이 대립하는 모습이 보기 안좋다"며 "법사위가 더이상 정쟁의 창구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야 충돌로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 법사위 전체회의는 1시간여가 지나서야 법안심사에 착수했다.

‘지역구 사업 챙기기’에 몰두하는 의원들의 행태도 재현됐다. 한 전 총리의 재판을 두고 여당에 거센 공세를 펼쳤던 김도읍 의원은 이번에는 민주당 현역의원이기도 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그동안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태도를 바꿨다. 자신의 지역구(부산 북강서을)와 관련된 ‘부산 강서구 하단-녹산선 도시철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김 장관의 도움이 컸다며 감사를 표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대해서는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반드시 통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기재부 장관과 차관 대신 출석한 백승주 기획조정실장에게 “기재부 장관이 나오면 단단히 말씀드리려 했다”며 “이 사업이 예타를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장관과 차관에게 꼭 말씀드려달라”고 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는 20대 국회의 축소판처럼 보였다. ‘한명숙 공방‘으로 멈춰진 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20대 국회는 여야 극한 정쟁 탓에 장기간 헛바퀴를 돌렸다. 전반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하반기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두고 벌어진 격돌때문에 민생 법안과 경제활성화 정책 입안은 뒷전이었다. 의원 본연의 임무인 입법활동보다 지역구 민원을 최우선시하는 일부 의원들의 구태가 국회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지만 개선은 공허했고, 의원들은 4년 내내 쉬쉬했다. 20대 국회 종료를 앞둔 지금 국민들은 “지난 4년 국회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었나”라고 묻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20대 국회가 이랬는데 21대 국회가 달라질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정치권에서 또 다시 ‘일하는 국회’가 화두다. 이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국회 무용론’에 공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기울여야한다.

성상훈 정치부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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