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원전 3기 멈출 판인데…맥스터 갈등 끝이 안 보인다

입력 2020-05-21 16:03   수정 2020-05-21 17:34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가 2022년이면 가득 찬다는 전문가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곳이 없으면 원전 가동이 불가능하다. 지역주민 공론화가 늦어져 올해 8월 착공 마지노선을 놓치면 월성 2~4호기가 모두 멈춰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21일 "방사성폐기물학회의 연구결과 월성 원전 맥스터는 2022년 3월경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 임시저장시설의 저장율은 97.6%에 달한다. 원전 가동으로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면 습식 임시저장시설에 넣고 열을 식힌 뒤 건식 임시저장시설로 옮겨 보관한다. 건식 임시저장시설 중 캐니스터는 이미 가득 찼고 맥스터는 96.4% 포화된 상태다.

한수원은 현재 7기인 맥스터를 14기로 증설하는 데 19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역산하면 올해 8월에는 착공에 들어가야 월성 2~4호기 가동중단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월성 1호기는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 들어 영구정지됐다. 지난해 기준 월성 2~4호기는 대구·경북 전체 전력 소비량의 21.9%를 생산했다.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가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한수원은 증설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의견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라서다.

한수원은 월성 원전 가동중단을 막기 위해 2016년 일찌감치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맥스터 증설을 신청했다. 올해 1월 원안위는 이를 의결했다. 하지만 국정과제로 재검토위원회가 작년 5월 출범하면서 공론화 절차를 마쳐야 증설이 가능해졌다. 한수원은 경주시에 축조신고서 승인을 받는 등 추가 행정 절차도 밟아야 한다. 이날 원자력국민연대 등은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근거가 없는 공론화 절차에 맥스터 증설의 발목이 잡혔다"며 "원전 안전 운영을 위해서는 맥스터를 적기에 증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석 재검토위원회 대변인(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은 "올 6월 말까지 공론화를 마치는 게 목표"라면서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100% 일정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재검토위원회는 경주시민 중 공론화에 참여할 대표 3000명을 추리는 작업 중이다. 여기서 다시 150명을 추려 온·오프라인 숙의과정을 거친 뒤 표결로 최종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 결과 '증설 반대'로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대변인은 "재검토위원회의 권고안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당초 예측보다 포화시점이 4개월가량 늦춰진 것이다. 정부는 앞서 2018년 말 용역연구 결과를 통해 "월성 원전 맥스터 포화 시점은 2021년 11월"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비기간 등이 예상과 달라지자 다시 방사성폐기물학회에 용역연구를 맡겼다.

당초 예측보다 포화시점이 늦춰진 것은 월성 원전 출력 감소와 정비기간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재검토위원회 관계자는 "월성원전은 안전한 운영을 위해 2010년대 초반부터 출력을 감소시켜 운전 중"이라며 "월성 3호기의 2019~2020년 정비기간을 50일로 계획했던 데서 실제는 226일로 늘어나면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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