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라인 해외 가는 LG, 국내 남는 삼성…'엇갈린 행보' 왜?

입력 2020-05-21 16:18   수정 2020-05-23 14:33


전자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정반대 생산기지 운용전략을 선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하루 간격을 두고 삼성전자는 국내에 생산라인을 구축키로 한 반면 LG전자는 생산라인 해외 이전 방침을 밝히면서다.

삼성전자는 21일 평택캠퍼스에 극자외선(EUV)을 활용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올 2월 화성사업장에서 EUV 전용 V1 라인을 가동한 데 이어 평택에도 EUV 기반 파운드리 라인을 신설, 초미세공정 생산규모 확대에 팔을 걷었다. 조 단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20일) LG전자가 연내 구미사업장 TV·사이니지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 TV 공장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LG전자는 “글로벌 TV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생산지 효율화를 통해 경쟁이 심해지는 시장 환경에 대처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공장을 아시아 시장 TV 거점생산지로 키우겠다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LG전자가 해외 이전 계획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삼성전자가 대규모 국내 신규투자 계획을 밝힌 셈이 됐다. 180도 다른 행보 탓에 양사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 정책 호응 여부와 연결 짓는 시각도 나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양사의 생산기지 운용전략이 중장기 계획의 일환임을 감안하면 과도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삼성전자의 평택 EUV 생산라인 신설은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의 퍼즐 조각 중 하나다. 리쇼어링 정책을 의식했다기보단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선언한 직후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메모리 강자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약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파운드리 생산라인이다.

LG전자 역시 이번 생산라인 인도네시아 이전은 2015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생산기지 효율화 작업의 연장선상이다. 앞서 태국 라영, 중국 선양, 폴란드 브로츠와프, 베트남 하이퐁, 카자흐스탄 알마티 등의 해외 TV 사업장을 인근 사업장과 통합한 바 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이 놓인 반도체와 TV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 추격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처지. 파장이 짧은 EUV 광원을 사용하면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데 적합하고, 여러 번 회로를 찍는 복잡한 멀티패터닝 공정도 줄일 수 있어 고성능과 생산성 동시 확보가 가능하다. 대당 15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첨단 EUV 전담장비 운용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국내 입지가 필요하다.

반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TV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LG전자로선 인건비 절감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이미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업체에 밀려 연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을 접기로 했다. LG전자 구미공장 잔류 라인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사이니지 등 프리미엄 제품 생산에 집중하기로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도 고용 유지 책무감으로 생산라인 해외 이전에 따른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관련 인력을 전원 재배치하기로 했다는 게 LG전자의 입장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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