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올해부터 '바다로'

입력 2020-05-21 17:12   수정 2020-05-22 01:32

HMM(옛 현대상선)이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발주했던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올해부터 현장에 본격 투입된다. 올해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알헤시라스호를 필두로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12척이, 내년에는 1만6000TEU급 8척이 HMM의 유럽~아시아 항로 등을 책임진다. HMM은 이에 힘입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연내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뭐길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해운업계는 속도 경쟁에 몰두했다. 화물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운반해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불황이 닥치면서 해운업계의 대세는 ‘선박 대형화’로 바뀌었다. 연료비는 선사 총 운영비용의 15~30%를 차지하는데, 대형 선박을 사용하면 개당 컨테이너 운송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상위 선사들은 앞다퉈 초대형 선박을 사들였다. 이후 낮은 원가를 바탕으로 출혈 경쟁을 시작했다. 초대형선이 없는 선사들은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줄줄이 파산하거나 인수합병됐다. 한국 해운업에 깊은 상처를 남긴 한진해운 파산(2016년 8월)도 이때 벌어진 일이다. 선사들이 몸집을 불리면서 ‘치킨 게임’은 더욱 격화됐다. 2016년 간신히 파산을 면한 HMM의 선복량(총 적재능력)은 45만TEU. 당시 머스크 선복량(317만TEU)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때만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는 HMM이 세금으로 연명하는 ‘밑빠진 독’이 될 것으로 봤다.

HMM이 2018년 정부로부터 3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받아 국내 조선사들에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던 건 이런 전세를 확 뒤집기 위해서다. 이 중 12척이 올해, 8척이 내년 HMM에 인도된다. 이로 인해 2021년 이후 HMM의 1만TEU급 이상 초대형선 비율은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글로벌 1, 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는 이 비율이 20% 수준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1만TEU 이상 대형선 숫자는 해운사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새로 도입되는 초대형선의 운송량은 기존 현대상선의 주력인 소형 선박(8000TEU)급의 세 배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이 최신 기술을 적용해 연료 소모량은 기존의 60%에 불과하다.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스크러버’ 방식을 채택했다. 초기 설치 비용은 비싸지만 장기적으로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다. 지난해 7월 세계 3위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가 HMM을 동맹으로 가입시킨 것도 대형선의 이 같은 경쟁력을 탐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코로나19 타격 크지 않을 것”

HMM은 지난 1분기 2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연결기준 매출은 1조3131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2% 줄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1057억원에서 98.1% 줄었다. 코로나19 여파가 일부 반영됐지만 경영 개선 노력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운업 불황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지만, HMM의 타격은 경쟁 선사들보다 덜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정부 역시 해운산업 재건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해운업은 지난 20일 정부가 발표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 방안에도 항공업과 더불어 우선 지원 업종으로 명시됐다. 정부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금융당국 등 정부 내에서 해운산업을 살려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해운업이 자동차 정유 등 다른 기간산업을 제치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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