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선 경전철이 또다시 연기된다고 하니 이참에 집을 팔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서울 노원구 중계동 주공5단지 소유자)
성북·노원구 등 서울 동북권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올해 착공이 예상됐던 동북선 경전철 건설 사업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동북부 지역은 지난 2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동북선 호재로 아파트값이 오름세였다. 하지만 서울시가 최근 관련 예산을 대부분 삭감하는 등 사업 연기를 시사하면서 매수세가 끊기고 호가도 떨어지고 있다.
13년 끈 동북선 사업 또 연기되나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코로나19 대응 비용으로 2조8329억원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동북선 경전철 사업비 733억원을 삭감했다. 올초 서울시가 동북선 사업비로 편성한 779억원의 94%가량이다.
동북선은 2007년 발표된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서 처음 공개됐다. 지하철 2·5호선과 경의중앙선, 분당선 환승역인 왕십리역을 포함한 7개 환승역을 둔다. 개통되면 서울 동북부 주민들의 도심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당초 2017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협상 지연, 협상 대상자 변경 등으로 10년 넘게 착공이 미뤄졌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 1월 사업의 첫 단추인 차량기지 건설에 대해 실시계획을 승인·고시하면서 연내 착공 기대가 커졌다.
서울시가 동북선 예산을 삭감한 것은 차량기지 예정 부지 소유자인 두양엔지니어링·두양주택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두양이 소유한 1만9448㎡ 규모 토지 중 대로와 인접한 7182㎡만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두양 측은 서울시가 나머지 용지도 수용·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계획안대로면 나머지 토지가 길이 통하지 않는 맹지가 되기 때문이다. 두양 측은 서울시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기지 부지 관련 협상이 지연되면서 동북선 사업의 연내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예산을 삭감했다”며 “내년에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지 소유자인 두양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 사업 추진이 내후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혜 지역 아파트 매수세 ‘뚝’
동북선 예산 삭감 소식에 정거장 예정지 인근 부동산시장은 매수세가 차갑게 식고 있다. 은행사거리역 예정지 인근의 중계건영 3차 전용면적 84㎡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6건의 손바뀜이 있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거래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중계동 A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매물은 많은 반면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급매 거래는 이뤄지고 있는 서울의 다른 지역과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아파트 호가도 내림세다. 지난 3월 8억8900만원에 거래됐던 중계주공 5단지 전용 84㎡는 호가가 8억원 초반대로 주저앉았다. 중계건영 3차 전용 84㎡ 매매가격도 3월 9억5500만원까지 뛰었지만 최근 호가는 5000만원가량 내렸다.
동북선 북서울꿈의숲역이 예정된 성북구 장위뉴타운 인근도 비슷한 상황이다. ‘꿈의숲 코오롱하늘채’ 전용 59㎡는 지난달 8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호가는 3000만원가량 뒷걸음질쳤다.
이 같은 충격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계동 S공인 대표는 “동북선 사업은 어차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재료”라며 “10년 넘게 기다린 투자자가 1~2년 더 지연된다고 크게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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