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합의와 공존의 의지 보여라

입력 2020-05-21 18:14   수정 2020-05-22 00:12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20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 21대 국회는 오는 30일 시작된다. 21대 국회의 구조적 특징은 여대야소(與大野小)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77석,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과 합쳐도 103석이다. 범위를 범여와 범야로 넓히면 190석 대 110석의 구도다. 결국 머릿수 다툼인 국회 운영은 박정희 정부 공화당의 ‘일방통행’ 또는 일본 자민당의 ‘입법 독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거대’ 민주당은 힘을 쓰고 싶고 그래서 다수결의 유혹을 쉽게 받을 것이다.

다수결이 민주주의 원칙인데 뭣이 나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결은 민주적 결정 방식일 뿐 민주주의 통치 방식은 아니다. 독재에서도 다수결은 존재한다. 그것도 절대 다수 인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만장일치가 대부분이다. 중국 북한 쿠바가 그렇다. 이 때문에 학계는 민주주의엔 다수결이 아니라 ‘반대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력에 대한 반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체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야당을 ‘반대당’으로, 여당을 ‘통치당’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당은 ‘반대’, 여당은 ‘통치’가 본질이라는 의미다. 당연히 21대 국회에서 거대 민주당은 정부가 원하는 법안을 재깍재깍 통과시키는 효율적인 국회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를 약속했다. 대척에 있는 통합당은 이유있는 반대가 그 역할이다. 반대란 합리적 대안 제시, 설득, 견제 모두를 포함한다. 민주당에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반대는 지탄의 대상, ‘발목잡기’일 뿐이다.

21대 국회가 해야 할 첫 번째는 여당은 합리적 설득으로, 야당은 이유있는 반대로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냥 ‘일하는 국회’를 넘어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면 된다. 언론은 국회가 법을 많이 제정하는 것으로 일을 제대로 했는지를 판단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의 입법 성공률은 4% 안팎에 불과하다. 법이란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가 대부분이기에 설득과 반대의 논쟁 속에서 96%의 법률을 죽이는 까다로운 입법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다. 쉽게 법을 만들지 않는 관행이 자리잡았다. 우리도 배워야 한다.

두 번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조차 불가능했던 규제들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규제들을 풀지 않고서는 코로나 경제위기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한국판 뉴딜’이라는 인프라 투자도 효과를 무위로 돌릴 것이다. 리쇼어링(reshoring: 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기업을 위한 대대적 인센티브가 필요한 상황에서 세금 감면은 기본이고 이전비용까지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미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수정과 주 52시간 근로제의 탄력 적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은 기업 관련 법안이 1300개가 넘는다는 비난성 기사가 많다. 하지만 이들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좀비처럼 살아나 통과될 경우 기업을 옥죄고 경제를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할 것임을 고려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등 기업 관련 법안 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하나의 이유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경제추락으로 내몰 위험성 때문이다.

세 번째는 정부로부터 입법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되는 법안 가운데 통과되는 법안의 90%는 정부 제출 법안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는 정부 법안의 ‘통법부’ 역할에 그치게 된다. 제대로 된 대(對)정부 견제가 불가능하다. 정교한 의원 입법안을 위한 전문적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마구잡이 추경도 문제다. 3차 추경 전에 지난 두 차례의 추경이 제대로 쓰였는지 국회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희망을 주는 정치, 경제를 살리는 정치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여당 독주는 법안 통과에 득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위기 극복도 어렵다. 여당의 합리적 설득과 야당의 이유있는 반대만이 위기 극복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여야의 공존 정치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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