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사학자이자 고구려 연구 전문가인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사진)는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교수는 이달 초 출간한 《한민족 해양활동 이야기 1·2》(수동예림)에서 바다를 무대로 펼쳐졌던 우리 민족의 역사적 활약상을 소개했다. 1권은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2권은 고려시대부터 근대까지를 다뤘다.
윤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를 동해·황해·남해라고 부르는 대신 ‘동아지중해(東亞地中海)’란 용어를 쓴다. 한반도를 중심축으로 동아시아 해양 역학을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역사를 중국 대륙을 중심으로만 해석했기 때문에 자연히 한반도가 속한 해양마저도 중국을 기준으로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동아시아 해양에서 벌어지는 각종 영토 분쟁, 역사와 경제적 갈등을 우리 고유의 관점으로 해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삼국시대의 해양정책이다. 그는 “고구려는 육지에선 영토 팽창을, 해양에선 활발한 물류정책을 펼쳤다”며 “고구려를 단순히 땅 위의 기마민족이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설명했다. 또 “백제와 신라, 가야는 바다 건너 일본과 끊임없이 전쟁과 교류를 반복했다”며 “산둥성 일대의 재당신라인(在唐新羅人) 커뮤니티만 봐도 한반도의 활발했던 해양활동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해양사 연구와 함께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을 찾는 연구도 병행해왔다. 한민족의 정체성을 찾아 1982년부터 일본, 만주, 연해주, 바이칼 등 각지를 현장조사했다. 그는 “바이칼호나 흑해 같은 곳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드넓다”며 “우리의 먼 조상 역시 초원과 강, 바다를 넘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민족의 해양사가 제대로 연구되지 못한 이유는 뭘까. 그는 “조선시대 성리학적 관념이 우리 스스로를 좁은 세계에 머물게 옭아맸다”며 “외세 의존, 농경 정주(定住), 사농공상 신분제에 따른 산업 발달 약화, 지나친 안정 지향, 쇄국정책 등이 바다를 제대로 연구하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비롯해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국이 해양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대’는 중국에서 가장 찬란했던 제국 시기로 꼽히는 당나라, ‘일로’는 중앙아시아와 교류하던 실크로드를 각각 상징한다”며 “중국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제국으로 부활하고자 하고, 미국은 이를 해양 중심 정책으로 저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해양과 육지, 강을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하는 ‘해륙사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역사는 곧 미래학”이라며 “과거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길의 열쇠를 찾는 게 진정한 역사학”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