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슬금슬금 오르고(원화 가치 하락)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낙관론이 약화되는 등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서다.
22일 오전 10시40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4원 오른 1235.3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 결과에서 유효성을 판단하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환율을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미 상무부는 최근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활용한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는 미국의 허가 없이 화웨이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수출 규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이 같은 조치에 미국 기업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활성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5G(5세대)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다투던 미중은 범위를 넓혀 금융 분야에서도 맞붙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을 겨냥해 상장 규정을 강화했다.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홍콩을 둘러싼 미중 간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중국은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의 직접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홍콩의 국보법을 제정해 시행하면 중국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27% 상승한 99.4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오른다는 것은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한다는 뜻이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여전히 7위안대에서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역외에서 거래되는 위안화(CNH)는 전날보다 0.04% 내린 7.1295위안을 기록 중이다. 지난 3월 이후 줄곧 7위안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박스권내 움직임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외환시장이 주목하는 경제 재개, 미중 갈등,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결과에 따라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송렬/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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