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FLO), 바이브(VIBE) 등 국내 음원 플랫폼 후발주자들이 줄줄이 굵직한 변화를 주며 음악 시장에 적잖은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굴지의 1위 멜론(Melon)까지 팔을 걷어 붙였다. '실시간 차트 폐지'라는 다소 거창한 타이틀까지 동반하게 된 카카오의 차트 개편 이유는 무엇일까.
멜론은 그간 꾸준히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 개편을 내놓은 바 있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이용 이력을 분석한 큐레이션에 더해 시간·장소·상황까지 접목한 개인화 큐레이션 '포 유(For U)'부터, 전문가들과 멜론 이용자가 직접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하는 '멜론DJ', TOP100 리스트를 순서대로가 아닌, 랜덤으로 재생하는 '셔플재생' 등 다양성을 위한 업데이트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이것들에 비해 유독 이번 개편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줄곧 고수해오던 '실시간 차트'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기 때문이다.
◆ '실시간 차트' 폐지? 정확히는 '대형 변화'
멜론이 개편을 발표하면서 덩달아 따라붙은 말은 '실시간 차트 폐지'였다. 멜론의 실시간 차트는 수년째 음원 사재기, 아이돌 팬덤의 '총공(총공격)'과 맞물리면서 공신력을 잃었다는 일각의 지적을 받곤 했다. 그럼에도 실시간 차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단연 이용자 유인 효과가 꼽힌다. 예로 아이돌 팬덤의 '총공'을 들 수 있다. 팬들이 순위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음원을 반복해 재생, 줄 세우기를 하는 '총공'의 경우 공정한 차트 운영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겨나는 수익이 상당함은 부정하기 어렵다.
멜론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정확히는 실시간 차트 폐지보다는 운영 방식을 파격적으로 뜯어고치는 대형 변화에 가깝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차트는 유지된다. 단, 차트 집계 범위가 기존 1시간에서 24시간으로 대폭 넓어진다. 현재 멜론의 실시간 차트는 1시간 단위로 업데이트 되지만, 개편 후로는 24시간 기준으로 반영된다. 이는 플로가 먼저 선보인 '플로 차트'와 동일하다.
이에 따라 음원 재생 횟수를 집계하는 방식도 달라져 현행 '1아이디 1시간 1곡'에서 '1아이디 1일 1곡'으로 바뀐다. 왜곡을 불러올 수 있는 방법으로 매 시간 순위를 갱신하는 것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더 이상 1위는 없다…순위보다는 다양성
멜론은 더 나아가 차트 '줄 세우기'의 근간인 순위까지 없애겠다고 했다. 24시간 단위로 집계한 인기 음원들을 '순위 없이' 모아놓은 차트를 구현하겠다는 것. 이는 순위에 따라 나열되는 일반적 음원 차트 방식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의 자발적 선택을 우선시하고, 보다 광범위하게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다만 멜론 측은 실시간 차트를 대신할 해당 차트의 이름이나 음원 배열 방식 등 세부적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추가 논의가 이뤄져야한다고 했다.
순위가 없어지기에 인기 음원을 재생할 때 '순서대로'와 같은 틀은 없다. 카카오에 따르면 멜론은 전날 집계된 인기 음원을 랜덤으로 재생하는 '셔플 재생'을 기본 재생 방식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앞서 1위부터 100위까지의 곡을 순서대로 재생하는 TOP100 버튼을 제거하고, 이를 랜덤으로 재생하는 셔플 재생 기능을 추가한 것에 이어 이제는 인기 음원 재생 방식 자체를 기본 랜덤으로 바꾸겠다는 것. 이를 통해 상위권에 오른 음원이 지속적으로 반복 재생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용자들의 음악 감상 경험을 확대함은 물론, 차트의 다양성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 들썩이는 '음원 시장', 판도 영향 미칠까?
음원플랫폼 시장점유율 1위는 여전히 멜론이다. 그러나 최근 음원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멜론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40.3%였으나 한달 사이 38.6%로 떨어졌다. 반면 2위였던 지니뮤직은 24.6%에서 25.7%로, 특히 4위 유튜브뮤직은 전달 5.7%에서 6.3%로 대폭 증가했다. 그 이후의 판도 역시 음원 플랫폼들이 일제히 이용자 유인에 총력을 쏟고 있는 것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파격적인 안을 내놓은 곳은 바이브다. 네이버의 뮤직 서비스인 '바이브'는 음원 정산 방식을 바꾸겠다며 상반기 중 소비자가 실제로 들은 음원의 저작권자에게만 돈을 지급하는 '인별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내돈내듣(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간다)'이라는 타이틀까지 내걸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셈인데 단,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저작권자들과 협의를 해야하는 큰 산이 남아있다. 핵심 단계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순으로 마케팅부터 시작해버린 의아한 행보에 일각의 우려 섞인 비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 각 음원 플랫폼에서 우후죽순으로 쏟아내는 저가 프로모션까지 더해져 이용자들의 혼란은 물론, 업계의 질서까지 다소 흐트러진 분위기다. 특히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의 국내 입성까지 한발 가까워지면서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경쟁이 그야말로 극에 달한 상황. 최다 이용자수를 자랑하는 멜론 역시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을 것이란 관측이 따른다. 다양성을 외치며 내놓은 '업계 1위' 멜론의 개편 전략이 과연 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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