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전 통계청장(미래통합당 강남병 당선자·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가계동향조사는 소득 분배 변화를 분기별로 볼 수 있는 통계다. 2018년 이 통계 수치가 급격히 악화되자 정부는 황수경 전 통계청장을 경질하고 강신욱 통계청장을 임명했다. 강 청장 부임 이후 소득과 지출을 동일한 표본에서 함께 조사하는 쪽으로 조사방식이 변경돼 올해부터 새 방식으로 발표되고 있다. 통계 기준을 바꾼 탓에 2019년 이후 소득 분배 지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게 됐다. 새 방식으로 조사하면 이전 방식보다 소득 격차가 낮게 측정된다는 지적도 있다.
유 전 청장은 “통계 방식을 바꾼 것부터 정부의 해석까지 모두 엉터리”라며 “1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표본 구성만 바꾸고 기존보다 딱히 개선된 게 없다”고 꼬집었다.
당초 통계청은 분기별 설문조사 방식으로 집계해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가계동향조사는 2017년까지만 시행할 계획이었다. 대신 국세청 소득자료 등 행정자료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은 연간 가계금융복지조사로 소득 분배 통계를 일원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2017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분배가 일시적으로 좋아진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와 여당은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봐야 한다”며 13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가계동향조사 통계를 되살렸다.
유 전 청장은 “통계청이 원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객관적인 검증을 막는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계청이 2017~2019년 분기별 통계만 공표하고 연간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공개하면 학계가 바뀐 방식의 통계와 이전 통계를 비교할 방안을 고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소득 분배가 악화된 원인에 대해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득분배가 악화됐다고 했지만 이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해석”이라며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이 더 피해를 본 것은 맞지만 소득주도성장으로 그 전부터 이미 저소득층의 경제력이 약화되고 있었다”고 했다. 일자리가 늘어나 취약계층의 근로소득이 증가해야 소득 분배가 근본적으로 개선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도 소득 분배 개선을 외치는 현 정부 기조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국민연금을 많이 낸 고소득층이 더 많은 연금을 받는 등 공적이전소득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저소득층을 겨냥한 복지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지금처럼 모든 계층에 퍼주고 소득 분배 개선을 바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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