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뿐 아니라 영향력까지 밀리는 추세다.
지난해 MBC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7월 25일 하루 MBC 광고 매출이 1억4000만원이다. 임직원 1700명의 지상파 방송사가 여섯 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방송과 광고 매출이 비슷해졌으니, MBC의 경영 위기가 아니라 생존 위기가 닥친 것"이라고 우려를 표현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흘렀다. 방송 광고 시장은 더욱 줄어들었고, 영향력 마저 축소되고 있다. 유튜브에서 '탑골GD'로 언급되면서 JTBC '슈가맨'을 통해 소환돼 전성기를 맞이한 양준일, '1일3깡' 열풍을 일으킨 비의 '깡'까지 온라인의 유행이 지상파, 케이블 방송으로 옮겨오는 추세다. 과거 주류 방송에서 유행하던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패러디됐던 것과 역전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 "하루에 '깡', 얼마나 하세요?"
MBC '놀면 뭐하니?'에서 여름 특집으로 혼성 그룹을 예고했다. 콘셉트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댄스가요. 지난해부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탑골가요'에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놀면 뭐하니?' 김태호 PD는 요즘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깡'의 비를 섭외, '깡'이 나오기까지 비의 활동 일대기를 소개하기에 이른다. 주말 황금시간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깡'의 온라인 인기를 집중 소개한 셈이다.
'선을 넘는 장성규'보다 더 센 캐릭터로 화제를 모았던 방송인 김민아도 시작은 유튜브 채널 '워크맨'이었다. 매일 오전 아침 뉴스 프로그램에서 단아한 미소로 날씨를 전하던 기상캐스터 김민아의 반전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고,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 사람은 물론 자막까지, 유행의 중심이 된 온라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3의 출연진으로 꼽히는 번뜩이는 자막 역시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유행어를 따온 모습이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다. 입 모양이나 얼굴로 글자를 표현한다거나, 'RGRG'(알지알지), 'Hoxy'(혹시) 등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튜브를 거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심심치 않게 쓰이고 있다.
온라인은 트렌드를 쉽고 빠르게 받아들이고,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형으로 영상들을 쏟아 보인다. 비슷한 성향이 늘어나면서 유행이 시작된다. 이런 흐름이 미디어 흐름을 주도하면서 영향력이 커져가는 것.
◆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도 몰린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몰리는 건, 대중 문화의 기본이다. 디지털 광고 시장은 점점 커지지만 TV 광고 시장이 줄어드는 건 대중문화 트렌드의 중심이 TV에서 디지털로 옮겨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전체 광고 시장은 13조91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이중 PC와 모바일 등 디지털 모바일 광고는 14.2% 증가해 전체 광고 시장의 약 50%에 육박하는 6조5291억 원에 달했다. 반면 방송과 인쇄광고는 각각 7.2%, 5.4% 감소해 3조3920억 원, 2조2148억 원에 그쳤다.
수년간 축적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갖고 있는 방송사들은 유튜브 등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눈을 돌려 '옛날 영상'을 풀기 시작했다. 효과는 수익으로 직결됐다. 디지털 플랫폼을 관리했던 방송사 관계자는 "2017년 월 500만 원이던 온라인 플랫폼 수익이 2019년엔 1억 원 이상으로 20배 이상 상승했다"며 "광고 시장이 줄어든 상황에서 디지털 플랫폼은 빼놓을 수 없는 수익사업 영역이 됐다"고 밝혔다. TV가 오히려 디지털에 기대는 구조가 된 셈이다.
◆ 기운 빠지는 TV, 새로운 권력이 된 온라인
물론 전통적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콘텐츠 대부분은 이미 오래전 TV 방송으로 만들어진 영상이라는 점에서 '오리지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럼에도 온라인 미디어의 기운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심두보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과거 뉴 미디어라 일컬어지던 TV가 이제는 올드미디어가 된 것"이라며 "텔레비전이 하던 역할을 휴대전화가 완전히 흡수했고, 젊은층 뿐아니라 중장년까지 모든 세대가 모바일로 콘텐츠를 즐긴다는 점에서 영향력은 강력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드 미디어 권력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이전까지 그들이 갖고 있던 강력한 권력은 유튜브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분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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